“지금까지의 카르멘은 잊어주세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이 한국 무용극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한국 무용 현대화에 앞장서 온 서울시무용단이 오는 9∼10일 창작 무용극 ‘카르멘’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노 출신의 제임스 전(59)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에게 안무를 맡겨 화제가 됐다. 그는 2009년 서울발레시어터를 창단해 7년간 이끄는 등 창작 발레의 선구자로 통하지만, 한국 무용극 안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5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제임스 전은 시종 신이 나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주인공 호세 역의 최태헌, 카르멘 역의 오정윤·김지은 등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의 한국 무용 동작에는 발레에선 맛볼 수 없는 새로움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 무용에 반했어요. 부채를 펴는 동작만 해도 발레와 느낌이 달라요. 아휴,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들은 저한텐 보물이에요, 보물.”
그는 새롭게 각색한 카르멘을 소개하며 “전혀 새로운”이라는 단어를 연발했다. 익히 봐온 카르멘 공연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우선 공연 분량이 쉬는 시간 없이 100분에 끝이 난다는 게 다르다. 그는 “중간에 쉬게 되면 흐름이 끊기잖아요. 막이 바뀔 때도 아주 스피디하게 진행해 30분 만에 끝난 느낌이 들걸요”라며 “요즘엔 빨리빨리 진행되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라고 웃었다.
공연 의상도 통념을 깬다. 정열적인 이미지 탓에 카르멘의 의상은 흔히 빨강이었다. 이번엔 유명 디자이너 양해일씨가 의상을 맡았는데, 미니멀하면서도 전통 민화를 모티브로 한 흰색 바탕 꽃무늬 의상으로 색다른 무대가 연출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양씨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과 미국·중국 순방 때 김정숙 여사의 의상을 맡았던 이다.
무엇보다 이번 카르멘이 “전혀 새로운” 것은 스토리와 캐릭터일 것이다. 카르멘은 비제의 동명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다. 오페라에선 카르멘과 군인 돈 호세 간의 사랑과 배반, 복수와 죽음을 다룬다. 즉 연인 간 갈등을 서사 구조로 하고 있지만, 이번 카르멘은 원작에서 비중이 작았던 호세의 약혼녀 미카엘라를 부각시킴으로써 삼각관계를 기본 뼈대로 한다. 전반적인 스토리뿐 아니라 결말도 바뀐다. 귀띔을 부탁하자 “에이, 말해줄 수 없지요. 미리 알려지면 재미없잖아요. 관객들도 직접 와서 봐야지요”라며 “비극도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만 했다. “제가 낸 맛을 좋아할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색다르네, 다른 맛이네 하는 반응은 공통적일 것”이라는 그 맛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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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오페라 카르멘 한국 무용극으로 재탄생합니다”
입력 2018-05-0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