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이 최근 노동교화소에서 풀려나 평양의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여서 송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기간에 맞춰 북한이 이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인도하거나 회담 이전 전격 석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에 건네는 선제 화해 제스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자국민의 안전을 대외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로선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두 정상 간의 비핵화 담판에도 훈풍을 몰고 오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미국인 석방 여부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 국민 6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선교사 3명은 북·중 접경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 체포됐다.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나머지 3명은 탈북민이다. 북한은 선교사들이 국가전복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의 경우 억류 사유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영사 접견이나 가족 면담까지 거부하고 있다. 인류 보편적 규범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중대 범죄 행위로 매우 개탄스럽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제대로 대우받으려면 이 문제부터 스스로 풀어야 한다. 억류 한국인 석방은 대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선제 카드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핵 문제에 이어 인권 분야에서도 진일보한 행보를 보여주길 촉구한다. 혹시라도 남한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겠다는 생각이라면 당장 접어야 할 것이다. 모처럼 남한에서 일고 있는 북한에 대한 기대가 일순간에 분노로 돌변할 수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인도적 차원에서 무조건적으로 석방해야 마땅하다.
정부의 대응은 마뜩지 않다. 이들의 석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진 게 전혀 없다. 어떤 환경 속에 살고 있는지는 고사하고 생사 여부라도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납치자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일본 정부와 대비된다.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때가 아니다.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최상위 책무다.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만은 막아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만을 의식해 석방 요구조차 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과 진배없다. 발 벗고 나설 때다. 정부는 억류 국민들의 상황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직접 북한과 석방 협상에 나서야 한다. 최소한 신변 안전 여부라도 우선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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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억류 미국인 석방 조짐… 우리 국민 6명도 돌려보내야
입력 2018-05-0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