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해외 선교지에서 발생한 일이다. 두 명의 의료인이 의료선교와 교회사역을 함께했는데 갈등이 생겼다. 선교지에 먼저 자리를 잡은 A선교사가 병원사역을 하면서 교회를 개척했고, B선교사가 나중에 합류했다. 의료사역은 전공별로 했고 교회사역은 나눴다. 주일 설교 등 교회의 주요 사역은 A선교사가 맡았다. B선교사는 어린이 사역을 전담했다. B선교사는 열심히 사역했다. 이로 인해 어린이 부서가 크게 부흥했다.
B선교사는 파송한 교회와 후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선교 편지를 썼다. 그간의 의료선교와 교회사역의 결과를 보고했다. 그는 어린이 사역을 설명하면서 사역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를 안 A선교사는 B선교사를 나무랐다. B선교사는 보조역할이라는 거였다. B선교사는 결국 사역지를 옮겼다.
국내든 해외든 선교사들이 사역을 중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동료 선교사와의 갈등이다. 선교사들도 연약하고 부족한 인간이라 서로 부닥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인정하고 갈등을 예방하며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갈등은 상호 간의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다를 때 나타난다. 또 선교 자원이나 기회가 한정돼 있을 때 발생한다. 특히 선임과 후임 간의 갈등이 많다. 선임은 후임이 권위를 무시한다고, 후임은 선임이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생각한다.
주로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이다. 사실과 다른데 지레 짐작하고 판단할 때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또 의견이 다르면 갈등으로 이어진다. 영적인 원인도 있다. 선교지는 영적 전쟁의 최전선이다. 사탄은 선교사 간 갈등을 통해 선교를 방해한다.
갈등을 구분하면 인간적 갈등(성장한 배경의 차이가 원인), 제도적 갈등(각 선교사가 소속된 단체의 규정이 달라 발생), 사역에서의 갈등(팀 사역에서 애매한 역할 분담 등이 원인), 신학적 갈등(여성 목사 안수 등 신학적인 이견으로 나타남), 재정적 갈등(비합리적인 재정 분배, 비교 의식 등이 원인)이 있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선교사 팀 사역과 갈등 해결’의 저자 심재두 의료선교사는 문제보다 사람을 보라고 강조한다. 손해를 볼지언정 사람을 잃지 말라, 문제의 해결보다는 화평과 화목에 무게를 두라고 말한다. 또 무조건 피하지 말고 갈등에 직면하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으론 원인을 발견해야 한다. 갈등은 질병과 비슷하다. 따라서 갈등 해결은 질병 치료처럼 해야 하는데 첫 단계가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또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기도회나 수련회에 참석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을 돌아보는 데도 좋지만 갈등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의견 차이가 계속되면 제비뽑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의료지원국장이자 서울 사랑빛교회 담임인 한규승 목사는 갈등의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선교사 내면의 상처가 첫 번째 원인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지만 상처를 갖고 있다. 상처는 상황을 왜곡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 원인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극대화된 사회, 이기적인 사회에선 으레 대립이 생긴다. 따라서 해법은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자기 십자가를 져야 다른 사람, 선교사를 섬길 수 있다.
심 선교사는 갈등이 발생하면 오히려 감사하자고 제안했다. 갈등을 계기로 각자의 부족과 연약함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공동체에 대한 헌신의 필요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목사도 “성장통 없는 성장은 없다. 공동체 내의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선교 현장에는 갈등도 있다
입력 2018-05-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