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용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안을 접한 보수 진영은 부글부글 끓었다. 보수 역사학계는 ‘정권 바뀌면 두고 보자’며 벼르는 모습이다. 진보 진영은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잘못 가르친 부분을 바로잡았다며 두둔하고 있어 역사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자유한국당은 북한 눈치보기로 규정했다. 정태옥 대변인은 2일 집필기준안에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진 것을 언급하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화 모드’를 감안하더라도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북한 눈치를 보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역사교과서조차 정권 입맛에 맞게 각색하려는 시도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다른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자기 입맛대로 역사교과서를 주무르는 것은 문재인정권이나 박근혜정권이나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란 표현 대신 민주주의를 쓴 것을 언급하며 “헌법이 정한 기본 가치를 부정하는 반(反)헌법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역사학계도 포문을 열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1991년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으로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게 불변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주장은 학계 중론이 아니다”며 평가원의 입장을 거들었다.
자유민주주의 논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헌법에 자유민주주의로 명시돼 있으므로 교과서에 싣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자유인데,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면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역사교과서 논란이 반복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덕수 서울대 교수는 “교과서에 실리는 내용은 누구나 진리로 받아들인다”며 “논란이 있는 한국 근현대사를 너무 세세하게 다루면서 역사교육 전체를 이념 논쟁에 빠뜨리는 건 재고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반도에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남북관계 발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 굳이 해묵은 이념갈등 이슈로 남남갈등을 야기하는 저의를 모르겠다”며 교육부와 평가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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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이종선 기자 yido@kmib.co.kr
“정체성 포기” vs “억지 주장”… 보수 ‘반발’ 진보 ‘방어’
입력 2018-05-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