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중심에 선 홍준표… 십자포화에도 ‘마이웨이’

입력 2018-05-03 05:0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경남 창원의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당 6·13 지방선거 경남 필승결의대회에서 지역 후보들의 인사말을 듣고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홍 대표,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경남 선거 필승 결의대회서 “다음 대통령 김정은 되려나”
문 대통령 경제구상에는 “이웃집 강도만 보살피냐”
남경필, 슬로건 교체 요구… “洪, 생각하고 말씀하셔야”
당내 분란 확산 조짐에 지도부 “洪 인신공격 자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정쟁의 한가운데에 서고 섰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날선 비판 때문이다. 여권은 물론 야권과 한국당 내부의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러나 홍 대표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 대표는 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경남지역 필승 결의대회에서 “요즘 제가 북한과 남한에서 집중적인 표적이 돼 공격을 받고 있다”며 “이 정도 되면 남과 북에서 홍준표가 제일 유명한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포악한 독재자(김정은 국무위원장)가 한 번 웃었다고 신뢰도가 77%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고 하나보다”고 했다. 홍 대표는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고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 신(新)경제구상’이 담긴 USB(이동형 저장장치)를 건넨 것을 언급하면서 “나라 경제가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데 자기 가족은 돌보지 않고 이웃집 강도만 보살피는 게 가장(家長)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그동안 (북한이) 8차례나 속였으니 이제 대화로는 북핵 폐기(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며 “그런데 북의 노동신문, 남의 어용언론,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일부 잔박(남은 친박)들까지 뭉쳐서 나를 헐뜯고 비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가 거론한 잔박 인사는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비난했던 유정복 인천시장으로 추정된다.

홍 대표의 강경 입장에 당내 분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원내 지도부는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내외를 향해 “홍 대표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은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당직자는 “보수색이 강하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고민이 크다. 재선을 노리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 일반적인 생각에서 너무 동떨어지면 지지받기가 어렵다”며 “(홍 대표가)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또 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슬로건인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국민들을 갈라치기하고 편가르기하는데 앞장서서는 안 된다”며 “당의 슬로건을 다시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중앙당의 슬로건이라고 하더라도 후보자들과 아무런 논의 없이 만들어졌다”며 “후보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것이 민주정당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남 지사와 유 시장 외에도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등이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