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이번엔 중국行… 미래 먹거리? 반도체 견제?

입력 2018-05-03 05:00

회사 핵심 경영진과 함께 ‘中 실리콘밸리’ 선전 방문
비야디 등 글로벌 기업 접촉, 반도체 시장 변화 대응 목적도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으로 떠났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3∼4월 16일간 유럽과 캐나다를 찾은 것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출장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이 부회장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경영진을 동반하지 않았던 유럽·캐나다 출장 때와 달리 김기남 삼성전자 DS(부품)부문 사장과 진교영(메모리사업부)·강인엽(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핵심 경영진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 지난 출장 때는 전세기를 썼으나 이번엔 일반 항공기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의 글로벌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BYD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생산업체다. 삼성전자는 BYD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으며 BYD에서는 스마트폰 부품을 제공받고 있다. 2016년엔 BYD에 5100억원 지분 투자를 했다. 이 부회장은 BYD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동차 부품이나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현지를 찾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선전에는 텐센트 화웨이 ZTE 등 첨단업체가 몰려 있어 이 부회장이 이 업체들과도 만나 사업 논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반도체 시장의 변화 조짐이 이 부회장을 중국으로 이끌었다는 시각이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산 반도체를 더 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류허 중국 부총리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한국과 대만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앞세우며 정부 주도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강한 위기감을 토로하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 반도체 담당 경영진을 대동한 것도 중국 업체와 반도체 가격 및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IT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가격 상승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은 실무선에서 할 이야기이고,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