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Cinephile·영화광)이라면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이 계절, 영화의 향기로 가득한 전주의 봄날을 만끽해볼까.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슬로건 아래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3일 막을 올렸다.
오는 12일까지 10일간 이어지는 올해 영화제는 전 세계 46개국 246편(장편 202편·단편 44편)을 소개한다. 명실상부한 독립·예술영화의 축제인 만큼 평소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들이 엄선됐다.
개막작으로는 재일교포의 애환을 그린 ‘야키니쿠 드래곤’(감독 정의신)이 선정됐다. 1970년대 일본 오사카에서 작은 야키니쿠(불고기) 가게를 운영하는 재일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다. 김상호, 이정은 등 한국 배우와 마키 요코, 이노우에 마오 등 일본 배우들이 연기 합을 맞췄다.
폐막작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개들의 섬’이다. 쓰레기 섬으로 추방된 자신의 반려견을 찾기 위해 나선 소년 아타리의 모험기. 인간과 개의 우정을 다루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담겨 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는 기존 3편에서 5편으로 편수를 늘렸다. 탈북 인권 운동의 이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굿 비즈니스’(이학준), 30년간 아버지와 연을 끊고 산 남자가 부친의 임종을 앞두고 겪는 회한을 그린 ‘파도치는 땅’(임태규), 체코의 젊은 연극 연출가가 망가진 삶에서 최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우리의 최선’(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멘드라스) 등이 상영된다.
‘프론트라인’ 섹션을 통해서는 활발한 해석의 장을 연다. OJ 심슨 사건을 통해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7시간47분짜리 다큐멘터리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 터키의 항구도시 보드룸을 배경으로 한 여성주의 영화 ‘홀리데이’ 등 14편을 선보인다.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서는 ‘예수보다 낯선’(여균동) ‘roooom’(최익환) ‘오목소녀’(백승화) 등 기대작이 소개된다. ‘1987’(장준환) ‘강철비’(양우석) ‘리틀포레스트’(임순례) ‘곡성’(나홍진) 등 인기 상업영화들의 재상영도 예정돼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디즈니 영화들도 준비됐다. 총 30편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역사·산업·기술·미학의 관점에서 디즈니 스튜디오가 남긴 자취를 되짚는 ‘스페셜 포커스: 디즈니 레전더리’가 기획됐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는 정치적·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두지 않고 영화 작가들의 비전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야키니쿠 드래곤’~기대작 한눈에
입력 2018-05-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