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박해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미얀마에서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군이 북부 카친주에 있는 반군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하면서 수천명의 피난민이 발생했고, 특히 이들은 수주째 구호품 지원 없이 숲속에 고립된 채 겨우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희 유엔 인권이사회 미얀마특별보고관은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얀마 정부군과 카친독립군(KIA)이 충돌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군 공습과 중화기 사용 중지를 촉구했다. 현지에서는 지난 1월부터 정부군이 카친독립군 점령지에 공습을 퍼부으면서 해묵은 내전이 다시 불붙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군 폭격 뒤 5000명 이상의 피난민이 집을 잃었다. 또 이들 대부분이 구호단체의 의약품이나 식품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숲속에 고립돼 생활하고 있다. 숨진 민간인은 최소 10명이다. 민간인 피해가 계속되자 카친주 수도 미치나에서는 주민 5000여명이 정부군 폭격에 반대하는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보고관은 “이번 군사충돌에 개입된 모든 단체는 민간인들에게 인도적 지원이 도달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카친 지역 내전은 역사가 깊다. 독재자 네윈이 1962년 권력을 쥐자 카친 출신 정부군 병력이 이탈해 반군인 카친독립군의 주축이 됐다. 카친은 다수 민족인 버마족 정권이 이 지역을 수복하고 평화협정을 맺은 94년 이전까지 사실상 미얀마에서 분리독립된 지역이었다. 반군은 이 지역 광산에서 나는 옥(玉)을 인접한 중국과 거래하거나 마약 밀매로 얻은 수익으로 세력을 유지했다.
정부군이 2011년 협정을 깨고 카친독립군을 공격한 뒤 카친주 전역에서 전투가 산발적으로 계속돼 왔다. 간간이 휴전협정 논의도 있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미얀마타임스에 따르면 이때부터 발생한 이재민이 총 10만명에 이른다. 지뢰가 민간 지역에 살포되는가 하면 소년군이 동원되거나 군인들이 민간인을 강간하는 참극도 벌어졌다.
카친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데는 이 지역의 옥 광산에서 나는 이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유라디오아시아(FRA)에 따르면 정부군은 반군이 이 지역에서 채굴되는 자원을 갈취함과 동시에 광산업자들로부터 정부에 전해질 세금을 불법적으로 가로채고 있다며 이를 이번 공격의 빌미로 삼았다.
반면 카친독립군은 정부가 곧 시작될 반군단체 대상 전국 단위 평화협정 체결 전에 이 지역의 통제권을 빼앗으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한다.
☞
☞
☞
☞
☞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무슬림 로힝야족 이어… 미얀마, 소수민족 카친족 마을 폭격
입력 2018-05-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