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울었습니다. 계속 기도하겠습니다.”(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
“목사님 감사합니다. 막막하고 두려울 때마다 ‘내가 일한다’는 말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또 앞을 바라보겠습니다. 기도해 주세요.”(서훈 국가정보원장)
‘2018 남북 정상회담’의 막후 주역으로 꼽히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특별한’ 문자 메시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짧지만 확고한 신앙 간증으로 받아들여지는 메시지다.
서 원장의 메시지는 김동호 목사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설교문 말미에 소개됐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 목사는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에 있는 제일한인침례교회에서 전할 설교 원고를 미리 공개하면서 서 원장을 언급했다.
김 목사는 “(서 원장이) 국정원장이 되셨을 때 누구보다 기뻤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러나 국정원장이 된 후로는 만나지 않았다. (그를) 위해서 기도만 하기로 했다. 두세 번 정도 문자를 보내 응원했다”면서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시는 모습을 보며 그분의 마음이 읽혀져 함께 운 후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이 끝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이튿날 다수의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이 장면에 감동을 받은 김 목사는 자신도 함께 울었다면서 “계속 기도하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서 원장이 “막막하고 두려울 때마다 ‘내가 일한다’는 말씀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답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하나님이 서 원장에게 주신 말씀이 ‘내가 일한다’였던 것 같다”며 “저는 이번 일의 배후에 하나님이 계신다고 믿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팔을 걷어붙이시고 앞에 나서신 것이라고 이해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목사와 서 원장의 관계는 목회자와 성도 사이로 전해진다. 김 목사는 수년 전 서 원장이 공직에서 물러나 있을 때 북한 관련 사역을 계획하면서 그에게 자문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이맘때 서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됐을 당시에도 김 목사는 서 원장에게 “기도 많이 하겠다”고 문자를 보냈고, 서 원장은 이런 답신을 보냈다고 한다. “내가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벗어나지 않게 기도해 주세요.”
김 목사는 서 원장이 보낸 답신 문자 공개 여부를 두고 고민한 흔적도 내비쳤다. 그는 “개인적인 문자인데 공개해도 되나 많이 망설였는데 공개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공개한다”고 밝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막막하고 두려울 때마다 ‘내가 일한다’는 말씀 붙잡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입력 2018-05-0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