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경제제재에… 러시아, 20년 만에 군비 감축

입력 2018-05-03 05:00

전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군비를 증강하는 상황에서 유독 러시아만 군비를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시작된 서방의 경제 제재 때문에 군사 부문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군사비 지출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군비 규모는 663억 달러(약 71조4000억원)로 전년보다 20% 급감했다. 러시아가 군비 지출을 줄인 것은 199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순위에서도 4위로 전년보다 한 단계 하락했다.

시리아에서 현지 정부군을 위해 대리전을 치르고 있고,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과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음에도 군비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러시아의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SIPRI는 설명했다. 군비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인프라 관련 예산이나 교육 예산 등을 삭감해 왔으나 그마저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시몬 베제만 수석연구원은 “러시아에 있어 군사시설 현대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2014년부터 겪고 있는 경제 제재 때문에 군비 예산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러시아에 맞서는 유럽 지역의 군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29개 회원국은 지난해 군비로 9000억 달러(약 960조8000억원)를 썼다. 이는 세계 전체 군비의 52%에 해당한다.

지난해 전 세계의 군비 지출은 1조7390억 달러(약 1873조원)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1위인 미국의 지난해 군비는 6100억 달러(약 657조원)로 2위 중국의 2280억 달러(약 246조원)보다 2.5배 이상 많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10위를 차지한 한국의 지난해 군비 규모는 392억 달러(약 42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연구소 운영이사회장인 얀 엘리아슨 유엔 부사무총장은 “군비 지출 증가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면서 “각종 분쟁에 대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줄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