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캄보디아성결신학대학에 재학 중이던 네악 오리(44) 전도사는 치질 치료를 위해 수도 프놈펜에 있는 캄보디아 헤브론선교병원을 찾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간 괴롭혀 온 병이 치질이 아닌 직장암이며 이미 말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 때문이다. 직장암 수술을 받을 경우 항문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사 소견도 나왔다.
프놈펜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그의 고향 따께오 지역 내 따께오장평교회 담임전도사를 맡은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임신한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도 둔 터라 낙심은 더 컸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캄보디아선교회(선교회·이사장 윤학희 목사)였다. 캄보디아성결신학대 설립 단체이기도 한 선교회는 신체 기능을 유지하며 수술할 수 있는 국내 병원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러다 그의 딱한 사정을 접한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긍정적 답변을 보냈다. 오리 전도사는 치료를 위해 지난달 18일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부터 4박5일간 1차 항암치료를 받은 그는 현재 대구제일성결교회에 머물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은 바로 하지 않고 6개월간 항암 치료 후 결과를 지켜본 뒤 진행키로 했다. 비용이 더 들어도 치료 후 수술을 진행해야 항문을 보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입원 및 통원 치료는 8개월 넘게 이어질 예정이다.
선교회 서기 류래신 목사는 “낯선 땅에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병마와 싸우느라 힘들어하지만 대구 인근 성결교회 사역자와 캄보디아인 성도의 병문안으로 힘을 얻고 있다”며 “가족들도 한국에서 좋은 치료를 받게 된 데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 전도사의 항공료와 치료비, 국내 체류비용 등을 전액 부담하기 위해 선교회는 소속 교회 20여곳을 대상으로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선교회 이사장 윤학희 목사는 2일 “캄보디아에 예수를 전하는 현지인 사역자를 치료하면 그의 가족뿐 아니라 교회, 나아가 그 지역까지 복음이 전달될 것”이라며 “오리 전도사에게 한국교회가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직장암 말기 캄보디아인 전도사를 도와주세요
입력 2018-05-03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