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 아닌 동료 사랑”

입력 2018-05-03 00:01

일터는 전쟁터다. 그 속에서 많은 그리스도인이 현실과 신앙의 괴리로 고민하고 방황한다.

하지만 정작 교회는 이들의 치열한 고민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성도의 고통에 공감하기는커녕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목회자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일터에 하나님의 구원이 시급하다”고 선포하는 ‘일터신앙’(토비아)은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15년간 신문사 기자로 지내며 이 문제로 고민하다 일터를 떠나 신학자의 길에 들어선 목사다. 이후 17년간 일터신학을 연구하고 목회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책을 썼다.

‘듣고 사랑하고 기도하고 인내하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일터신앙을 풀어낸다. 마르틴 루터의 만인사제설로 시작된 노동소명론을 일터신학의 대가 폴 스티븐슨, 현대사회에 소명의 의미를 재확인한 오스 기니스, 독일의 기독교 윤리학자 헬무트 틸리케의 신학적 논의 등을 가져와 확장해 나간다.

그는 일터에서 그 무엇보다 ‘사람’이 소중하다며 ‘사랑’을 강조한다. “일은 일터에서 직접적 간접적으로 만나는 이웃들을 사랑으로 돌보라는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주님의 사랑이 정의, 공의, 때론 자비의 형태로 표출됐던 것처럼, 일터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저자는 특히 그리스도인에게 소명의 발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소명에 따라 산다는 것 역시 삶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때론 한계상황에서 차선 또는 차악의 선택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종말론적인 소망을 품고 인내하며 살아가라고 격려한다.

일터에서 어떻게 신앙을 구현할지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론까지 놓치지 않았다. 일터에서 비롯된 질문과 문제의식을 다양한 신학적 인문학적 논의로 풀어내면서 현장과 이론의 균형을 갖추고 있다.

일터의 그리스도인은 물론, 그들을 어떻게 목양할지 고민하는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저자의 바람처럼, 교회 강단에 일터의 그리스도인을 위한 메시지가 많아질 때 성도들 역시 일터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