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소설 ‘사선을 넘어서’의 주인공 가가와 도요히코(1888∼1960)는 일본 개신교 목회자이자 사회운동가로 세계 최대 단일 생활협동조합인 ‘코프고베’를 설립했다. 우치무라 간조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기독 지성으로 꼽힌다.
그는 신학교 재학 시절 예수의 이웃사랑을 문자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고베의 빈민굴에 들어가 복음 전도활동을 펼쳤고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공부한 뒤 노동운동과 협동조합운동에 일생을 바쳤다. 슈바이처, 간디와 더불어 당대 현존했던 세계 ‘3대 인물’로도 추앙받았다. 책은 그의 삶을 담은 평전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나왔다.
그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다소 잊혀진 인물이었다. 일본 군국주의체제 속에서 국책에 협력한 전력 때문이다. 이 점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복음주의 기독교 내부에서도 논쟁거리다. 가가와가 전후 자신의 책임을 표명하지 않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가가와의 행적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않는다. 전쟁에 몰입해가는 일본에 대한 반대 대신 그러한 흐름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전체주의 체제의 사상 통제하에 있었고 그를 감시하는 헌병대의 통제는 엄혹했다. 몇 차례 체포돼 투옥되는 고통을 당하는 등 ‘재갈 물린’ 상태였음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미국인으로서 가가와의 삶을 관찰했다. 책은 협동조합운동이 천국의 경제 방식에 가깝다고 믿고 그 씨를 뿌리고 가꾼 가가와의 생애는 신앙인과 비신앙인을 떠나 다시 주목하고 고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자 중 한 명인 서정민 메이지가쿠인대 교수도 “역사적 인물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평가는 그 인물의 한계와 유약한 면모까지를 정확히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일에서 시작된다”며 “협동조합 하나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추앙될 의의를 지닌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세계 최대 생협 ‘코프고베’ 설립… 일본 대표하는 기독 지성의 발자취
입력 2018-05-0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