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독고개길 230. 유명한 ‘화담숲’과 연결되는 언덕에 회색빛 건물이 웅장하게 줄지어 서 있다. 바로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이사장 강덕영·서울 창신교회 장로)이 3년여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건립한 유나이티드 히스토리캠퍼스다. 인류의 역사는 결국 하나님의 이야기라는 믿음으로 붙인 명칭이다. 이곳은 지난달 28일 정식 개관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깨닫고 대한민국의 바른 역사 찾기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5000년 역사의 한민족은 외세 침략과 숱한 역경에서도 민족의 정통성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일제의 압제가 시작된 근대에 이르러 외세 문물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는 쇄국정책을 폈고, 이는 주변 강대국들에 침탈당하는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문화적으로도 크게 뒤떨어지게 됐습니다.”
히스토리캠퍼스를 기획하고 건립을 추진한 강덕영 이사장은 “조선이 외세의 압제로 신음하고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을 때 교육 의료 문화 등 새 문물을 도입하고 기독교 복음을 전파한 이들이 바로 파란 눈의 선교사들이었다”며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오직 복음의 열정만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이 무지를 깨워 한국을 변화시킨 하나님의 선물이자 복음국가 한국을 만드는 첫 단추를 끼웠다”고 말했다.
오랜 준비 끝에 개관
“이 고마움을 반드시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회사 연수원 자리에 4만㎡(1만2000여평)의 땅을 매입해 이곳에 히스토리캠퍼스를 대규모로 기획하게 된 겁니다.”
히스토리캠퍼스는 준공과 동시에 오는 11일 시상식을 갖는 제7회 국민일보 미션어워드 문화공간 부문에서 수상하게 됐다. 현재 히스토리캠퍼스는 4가지 시설이 완공돼 있다. 500㎡(151평) 규모의 히스토리뮤지엄은 근대 기독교에서 선교사들의 역할과 헌신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정리된 역사박물관이다.
1970년대 말까지 한국을 찾은 1500여 선교사들이 흘린 땀과 피, 헌신은 참으로 고귀하고 의미가 크다. 숭고한 신앙정신과 헌신의 삶을 기록하고 기리며 기억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크리스천들의 당연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히스토리뮤지엄은 근현대 선교사들의 발자취와 흔적을 담아 역사와 신앙의 교훈으로 삼게 하는 교육의 장이자 신앙헌신 다짐의 장소다. 특히 한국 근대화의 초석을 마련한 선교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특수영상과 다양한 입체자료를 통해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 내부는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조선의 암담했던 현실을 전시했다. 2부에서는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학교를 세우고 사회운동 여성평등 한글보급에 앞장선 업적을 세세하게 담았다. 3부는 의료사역에 집중했다. 제중원 설립을 시작으로 한국에 온 기억할 만한 의료선교사들의 업적을 기록했다.
특히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전염병의 퇴치, 나병환자촌 설립, 무상진료 등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4부는 선교사들의 노고를 발판으로 시련을 이겨낸 대한민국이 제헌국회에서 기도로 건국되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며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가 되었음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이외에도 초기 선교사 활동 시대의 유물과 관련 서적 등을 볼 수 있으며 영상실에서는 ‘동방의 빛’이란 영상을 통해 선교사들의 귀한 사역을 볼 수 있다.
수준 높은 연주홀과 야외공연장
히스토리뮤지엄 왼쪽으로 400여석 규모의 다목적 콘서트홀인 히스토리아트리움이 자리 잡고 있다. 최신 음향장비와 고급 목재를 사용해 국내 톱클래스 연주홀로 인정받는다. 각종 클래식 음악공연이 열리고, 국내 기독교 방송사들에도 무료 개방된다. CTS와 C채널 등은 정기적으로 찬송가 음악회를 녹화할 계획이다. 이 공간은 무대 앞 일정 부분을 가변의자로 설치해 공연 이외의 활용도를 높였다.
야외공연장은 히스토리캠퍼스의 자랑거리다. 1400석 규모로, 박물관 천장과 바로 연결돼 있다. 비스듬한 산등성이와 나무를 그대로 살려 좌석으로 만들고 400여명까지 설 수 있는 대형 무대가 웅장함을 전해준다. 지난달 28일 개관기념 음악회를 통해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개관기념 음악회에서는 불꽃교회연합성가대(지휘 김세호) 유나이티드싱어즈(지휘 김희철) 서울싱어즈(지휘 박상준) 온누리장로합창단(지휘 남윤창) 아이노스합창단(지휘 이선우) 아주콘서트콰이어(지휘 임명운) 서울이반젤리컬싱어즈(지휘 송홍섭) 람파스콰이어(지휘 고덕환) 코리아챔버싱어즈(지휘 김동현) 9개 합창단이 다양한 찬송가를 아름다운 하모니로 들려줘 청중으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테너 김현동과 소프라노 최정원, 유나이티드유스오케스트라(지휘 김영수)도 참여해 무대를 빛냈다.
강 이사장은 “한국교회에 찬송가가 더 많이 불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찬송가만 합창곡으로 부르는 음악회를 마련했다”며 “반응도 좋고 참여하겠다는 합창단도 많아 정기적인 공연으로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개관 음악회를 관람한 박희순(55)씨는 “야외음악당임에도 음향시설이 훌륭하고 시야가 확 트여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며 “무엇보다 귀에 친숙한 찬송가를 수준 높은 하모니로 들려줘 은혜가 됐고 아이들과도 부담 없이 올 수 있어 다음 공연에도 꼭 오겠다”고 했다.
교계가 함께 키워가길 희망
히스토리캠퍼스를 중심으로 산 주변에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이곳은 조용히 명상하며 기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 중이다. 앞으로 건물 1개동을 더 신축해 카페 등 휴식시설과 기독관련 볼거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히스토리캠퍼스는 선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을 기록한 박물관과 함께 순수 찬송가 회복을 위한 공연과 전시, 기독교를 폭넓게 이해하는 명소가 되도록 관련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해 기획하고 건축한 공간입니다. 이번 미션어워드 수상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함께 키워 나가길 희망합니다.”
강 이사장은 “한국의 기독교문화가 활발하게 펼쳐져야 복음 전파와 선교도 힘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서 “히스토리캠퍼스를 한국교회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을 모태로 설립된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은 2008년 설립된 후 문화 및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해 지난해 우수 공익재단으로 선정됐다. 히스토리캠퍼스 건립 외에도 유나이티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운영, 조선족 어린이 방송문화축제 후원, 밝은문화전하기운동 전개 등 대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광주=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화담숲 옆, 근대 기독교 역사 숨쉬는 복합 문화 공간
입력 2018-05-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