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830명 기소했으나 지난해 14명 기소 7명 구속
국보법 7조는 위헌논란도… 국제인권위도 4차례 지적
북미정상회담 성과보이면 정치권서 본격 거론 가능성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된 이는 42명이었다. 지난 20년간 최저 기록이다. 재판에 넘겨진 이는 14명에 불과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남북 대치 상황, 사실상 전쟁국가라는 전제 위에 존재해 온 국보법의 효용가치가 낮아졌다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정부 시절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등의 역풍을 겪으면서 검찰 내 대공·간첩수사 기능이 크게 위축된 데다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 등 헌법가치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국보법 위반에 대한 처벌도 신중해지는 기류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 기류가 확산되고 종전 선언까지 현실화될 경우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현행 국보법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48년 제정된 국보법이 70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인원은 14명으로 박근혜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6년 27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의 70명에 비하면 더욱 큰 격차를 보인다.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 바뀐 데다 2014년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기점으로 검찰 내 공안기능이 대폭 축소된 영향도 크다. 기간을 넓혀보면 정권 성향을 떠나 2005년 이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매년 70명을 넘지 않았다.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국보법 폐지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대검도 “수사 환경의 변화, 국보법에 대한 엄격한 해석, 신중한 적용 등으로 과거에 비해 국보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감소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2015∼2017년 공안 사건으로 검찰에 접수된 27만여건 중 노동사건이 24만건이었다. 순수 대공사건은 0.2%에 불과했다. 검찰의 공안수사가 국보법 위반보다는 노동법 위반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국보법의 효용성·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김병로 대법원장이 국가보안법 내용은 형법에 이미 포함돼 있으니 폐지해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전쟁 도중에도 그랬는데 평시에 국가보안법이 과연 의미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 국보법 7조의 경우 위헌 논란이 계속돼 왔다. 국제인권위원회도 4차례 이 조항의 개정·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수원지법 판사가 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위헌성을 심사 중이다.
북·미 정상회담 등의 성과에 따라 남북관계가 빠르게 진전될 경우 국회 차원에서 국보법 폐지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찬희 서울변호사협회장은 “표현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큰 7조의 경우 특히 개정해야 한다”면서 “평화 목적의 남북 교류를 저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구자창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한반도 평화시대 열리는데… 국보법을 어쩌나
입력 2018-05-0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