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못되고 개별 테스트 통해 추가로 뽑혀 계약금 없고 등번호 선택도 못해
독립리그 등에서 뛰는 선수에겐 인생 역전 이루는 소중한 기회… KIA 황인준, 1일 정식계약 1군行
KIA 타이거즈는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앞서 등번호 63번의 우완 투수 황인준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의 지명을 받았던 그는 이날 비로소 정식계약을 맺으며 입단년도가 2018년으로 기록됐다.
황인준은 지명 직후 줄곧 육성선수 신분이었다. 병역을 마친 뒤 지난달 퓨처스리그에서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1.08의 성적을 거둬 1군의 부름을 받았다. KIA는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신고선수, 연습생으로 불리던 육성선수들에게 5월은 꿈에 부푸는 시기다. 황인준의 사례처럼 1일부터 구단과 정식 계약을 맺고 1군 경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들은 ‘즉시전력감’ 육성선수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른 개막으로 예년보다 부상 선수가 많은 올 시즌에는 육성선수를 향한 관심이 더욱 크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 못했던 선수들, 묵묵히 독립리그에서 1군의 꿈을 안고 뛰는 선수들에게 육성선수 제도는 소중한 기회다. 성공신화도 충분하다. 한국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장종훈 박경완 서건창 등이 육성선수 출신이다. 김현수는 육성선수로 입단해 미국프로야구(MLB)에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모두가 김현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육성선수 제도에는 불확실한 고용 등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턱없이 늘어나는 숫자, 그만큼 좁아진 1군 등용문이 육성선수들의 가혹한 현실을 단적으로 말한다. 구단이 원하면 아무 때나 해고 통보를 할 수 있게끔 계약된 육성선수들도 있다. 황인준처럼 기회를 잡는 육성선수보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선수가 많다.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2008년 시즌 종료 뒤 8개 구단의 육성선수는 46명이었다. 이 숫자는 지난 시즌 종료 뒤 10개 구단에서 184명으로 정확히 4배가 됐다. 3개 구단을 꾸릴 만한 규모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10년 사이 육성선수가 4명에서 20명으로 많아졌다. 정식선수와 달리 보유 제한이 거의 없다는 점을 악용, 구단들이 무턱대고 선수단 규모를 키운다는 비판도 많았다.
실제 1군을 경험하는 육성선수의 비중은 같은 기간 4배로 늘지 못했다. 1군 무대를 밟은 육성선수는 2008시즌 13명에서 지난 시즌 31명이 됐다. 실직하는 사례가 정식선수 전환의 꿈을 이룬 숫자만큼 많다. 2008시즌에는 9명의 육성선수가 구단으로부터 방출됐다. 이 숫자는 지난 시즌 26명으로 증가했다. 2016시즌 LG 트윈스의 육성선수는 시즌 종료 뒤 21명으로 집계됐다. 1군에 간 건 2명뿐이었다.
육성선수들의 보수는 정식선수의 최저연봉(2700만원)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한다. 불안한 고용관계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총장(변호사)은 “아직도 일부 구단은 육성선수의 계약서에 ‘기량이 미달하다고 판단되면 중도에 내보낼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수협은 정운찬 KBO 총재가 취임할 때 “구단주뿐만 아니라 불펜포수나 육성선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 육성선수가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만 이적이 가능하게 하는 ‘육성선수 보류제도’의 폐지도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보류제도에 대해 “육성선수 신분에 비해 과도한 권한 행사”라며 “선수의 인권을 떠나 구단의 경쟁력과도 관계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소중한 기회, 잔인한 이름 ‘육성선수’… KBO 미생들의 꿈
입력 2018-05-02 05:00 수정 2018-05-02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