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공모형’에 공모주 더 배정한다

입력 2018-05-02 05:01

한 달도 안돼 2조 돌풍 불구 ‘사모’ 금액이 ‘공모’ 3배 육박
청약 제한 ‘10% 룰’ 폐지… 적격기관투자가에 등록 땐 무등급 BW·CB 편입 허용


금융 당국이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코스닥벤처펀드의 ‘사모펀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 개선에 나섰다. 공모펀드에 수익률이 좋은 코스닥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하고, 공모펀드의 공모주 청약 제한도 폐지한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벤처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1일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코스닥벤처펀드가 소수 투자자로만 이뤄진 사모펀드 위주로 활성화될 경우 국민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펀드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며 “공·사모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가 혁신기업에 투자자금이 흘러가도록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부여한 상품으로 지난달 5일 출시됐다. 운용자산의 절반을 벤처기업이나 7년 이내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 등에 투자해야 한다. 코스닥벤처펀드의 가장 큰 강점은 코스닥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 공모주는 수익률이 높아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출시된 지 한 달도 안 돼 판매 금액이 2조원을 넘어섰지만, 사모펀드의 판매액이 공모펀드 판매액의 3배에 육박하는 등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는 공모펀드·대형펀드에 불리한 공모주 배정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상장 주관사가 공모주 물량을 배정할 때 펀드 순자산 규모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통상 공모펀드보다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에 유리했다. 예를 들어 1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와 1000억원 규모의 공모펀드에 똑같이 공모주를 20억씩 배정한 경우, 펀드 내 공모주 비중이 높은 사모펀드가 ‘공모주 효과’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지난해 코스닥 공모주 평균 수익률 36% 기준, 100억원 규모 펀드의 수익률 개선효과는 7.2%인 반면 1000억원 규모 펀드의 수익은 0.72%만 오른다.

이에 금융위는 코스닥벤처펀드의 자산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공모주가 배정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50억원 이하의 소규모 사모펀드가 난립해 시장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펀드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자산 규모가 같더라도 상장 주관사 재량으로 공모펀드에 공모주 물량을 최대 10% 추가 배정할 수 있게 한다.

공모펀드에만 적용됐던 단일종목 청약 제한도 폐지한다. 공모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단일 종목은 순자산의 10% 이내로만 투자할 수 있다. 공모주 청약도 자산 10% 이내로 신청해야 해서 사모펀드와의 경쟁에서 불리했었다. 또 금융위는 무등급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라도 적격기관투자가(QIB)에 등록됐다면 공모펀드도 투자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금융위의 이번 방안은 4일부터 실시된다.

코스닥벤처 공모펀드를 출시한 운용사들은 개선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대상은 한정적인데 규제가 완화될수록 자금이 급속도로 몰려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근 바이오주 급락 등이 논란인 상황인데 무등급 사채 투자 허용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