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이건희·신격호→이재용·신동빈… 실질 지배력 인정

입력 2018-05-01 18:39 수정 2018-05-01 22:22

삼성 이건희·롯데 신격호 회장 그룹 내 영향력 행사 불가 판단… 계열사는 아무 변동 없어
네이버는 이해진으로 유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그룹 총수(동일인)로 지정했다. 삼성그룹의 총수 변경은 30년 만이다. 삼성그룹에 적용하는 각종 규제의 중심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신 이 부회장이 서게 됐다.

롯데그룹 총수도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바뀌었다. 네이버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총수 지위가 유지됐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60개 대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선정하면서 삼성·롯데·OCI그룹의 동일인을 변경했다고 1일 밝혔다. 동일인은 그룹을 실질 지배하는 사람 또는 법인을 지칭한다. 사실상 총수와 같은 개념이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계열사의 범위를 정하고, 특수관계인인지 등을 따질 때 동일인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대기업집단 안으로 들어가면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위는 삼성그룹 총수를 변경해야 할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봤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4년간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후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미래전략실 해체 등 그룹 내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판단이 이 부회장에 의해 결정되고 실행됐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총수 변경은 법적 책임의 주체를 이 부회장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각종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총수 변경으로 삼성의 대기업집단 범위에 변동은 없다. 혈족과 인척은 일부 바뀌었다. 예컨대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 형제는 이 회장 기준으로 인척이지만 이 부회장을 중심에 놓고 보면 혈족이다. 친족에 새롭게 들어가거나 빠진 개인의 계열사 지분 비중이 미미한 편이라 삼성그룹에 새로 포함되거나 제외된 계열사는 없다. 공정거래법은 총수의 6촌 이내 혈족 또는 4촌 이내 인척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다출자자인 회사를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로 편입한다.

또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총수를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6월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 개시 결정을 내린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신 총괄회장이 더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반면 신 회장은 지난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을 이끌며 총수 역할을 수행했다. 신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호텔롯데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삼성처럼 롯데도 대기업집단 범위에 변동은 없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공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롯데그룹을 대표하게 됐다”며 환영했다.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네이버 총수는 이해진 GIO로 유지됐다. 이 GIO는 지난해 9월 공정위가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때부터 자신의 총수 지정을 반대했다. 뒤따르는 규제들이 네이버의 사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GIO가 최근 이사직을 사임하고, 네이버 지분을 0.6% 매각했지만 공정위는 총수를 변경할 중대·명백한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GIO가 여전히 네이버의 개인 최다출자자이고,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메리츠금융, 넷마블, 유진은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됐다.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32개다. 교보생명보험과 코오롱이 새로 지정됐고 지난해 포함됐던 대우건설은 빠졌다.

세종=정현수 기자, 김혜림 선임기자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