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국제 사회가 한국을 재조명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복음연합(TGC)은 1일 홈페이지에 “남북 정상회담으로 종전을 향한 희망이 생기고, 종교의 자유가 다시 한번 꽃피려 한다”며 ‘분단된 한국 기독교에 대해 알아야 할 9가지’를 게시했다. 한국 기독교 전래와 영향, 최근 남북한 교회 상황 등을 역사적으로 정리했다. TGC는 미국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다.
TGC는 우선 한국 기독교의 시작은 외국 선교사의 전도가 아니라 한국인 스스로에 의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1603년 일본과 만주를 다녀온 조선 학자들이 로마 가톨릭 등을 학문(서학)으로 수입해 관심을 가지면서 확산됐으며 1758년 영조는 서학을 ‘악행’으로 규정하고 박해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선교사에 의한 본격 개신교 전래는 1884년 호레이스 알렌이 첫 거주 선교사로서 내한하면서다. 알렌 선교사는 조선의 실권자 민영익을 치료하면서 왕실과 친분을 쌓았고 기독교 선교를 위한 허가를 얻게 됐다고 전했다.
1900년 당시 한국 기독교인은 인구의 1%에 불과했으나 1907년 평양에서 대부흥이 일어나면서 크게 달라졌다. TGC는 풀러신학교 커스틴 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평양대부흥은 한국과 한국 기독교 역사에 영속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사경회와 새벽기도, 통성기도 등 한국교회의 독특한 영성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평양이 ‘동양의 예루살렘’으로 알려진 것은 당시 대부흥을 목도한 선교사들이 이름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을 중심으로 한 초기 장로교회는 병원과 신학교, 첫 4년제 대학(숭실대학) 등 영향력 있는 기관을 설립해 발전시켰다고도 했다. 40개 대학과 293개 학교가 기독교인에 의해 설립됐으며 북한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은 장로교인이자 숭실학교를 다닌 학생이었다는 일화도 언급했다.
이밖에 종교활동의 제약 면에서 남한은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치보다 낮아 종교 자유가 많은 나라라고 소개했다. 남한 인구 29%가 기독교인이며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인은 천성적으로 전도자”라는 고(故) 새뮤얼 모펫(한국명 마삼락) 프린스턴신학교 교수의 말도 인용했다.
북한의 기독교에 대해서는 인구 1% 미만이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 정권은 기독교를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하는 종교로 치부해 기독교인과 그 가족을 색출, 감옥에 가두는 등 가혹하게 핍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 등 국제 기독교기구 대표들은 3일 평양을 방문해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대표들을 만난다. 방북단은 올라프 픽세 트베이트 WCC 총무와 크리스 퍼거슨 WCRC 사무총장 등 다섯 명이다. 당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들이 동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그련이 올 초 방북단 범위를 확정하면서 제외됐다.
방북단은 30일 서울에 도착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면담했으며, 국내 에큐메니컬 관계자들과도 만나 북한 교회와의 교류 방안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국내 관계자들은 남북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전 세계 교회들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기독교기구 대표들이 조그련 대표들과 나눌 의제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퍼거슨 사무총장이 7일 서울로 돌아와 방북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다.
신상목 장창일 기자 smshin@kmib.co.kr
해외 교계, 한반도 훈풍에 관심 몰린다
입력 2018-05-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