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거래법, 막판까지 철강관세 ‘밀당협상’… 韓은 영구면제

입력 2018-05-02 05:01

NAFTA 추가 재협상 압박하고 EU에는 군사·외교적 양보 요구
판돈 올리는 트럼프식 거래법… EU, 3조원 규모 보복관세 검토
국내 철강업계 “불확실성 해소”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 관세인상 카드로 동맹국들의 간담마저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판돈을 최대한 올린 뒤 이득을 노리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앞서 맺은 수출 총량제한 합의의 반대급부로 관세인상 대상에서 제외돼 한숨을 돌렸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이날 밤 12시부터 발동할 예정이던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상을 6월 1일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남은 한 달 동안 해당 국가들은 인상안을 조정하기 위해 추가로 협상할 전망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도 같이 진행한다.

한국은 관세인상 대상에서 영구 제외가 확정됐다. 2015∼2017년 대미 수출 평균 물량의 70%만 수출하기로 합의를 맺으며 재빨리 머리를 숙여놔서다. 수출에 일정부분 타격을 감수하는 대신 잠재적 위험을 없애려는 조치였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호주도 한국과 비슷한 형태의 수출 총량제한을 두기로 하고 세부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다.

관세인상 대상 제외가 확정되자 국내 철강업계는 일단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안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1일 “불확실성은 해소됐으나 기존에 결정된 다른 관세의 영향으로 수출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과 다른 국가와의 협상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연례 재심을 통해 미국이 기존에 부과한 상계관세도 낮추도록 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EU와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호주에 한해 이를 5월 1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의 핵심지지층인 제조업 노동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는 해당 관세율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전선(戰線)은 세계경제의 또 다른 주요 축인 EU와의 협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관세인상안 시행일을 앞두고 연달아 백악관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트럼프는 남은 기간 관세인상 카드를 손에 쥐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인 이들에게 군사·외교적 양보까지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EU는 미국이 관세인상을 강행할 시 맞대응으로 30억 달러(약 3조2115억원) 규모의 보복관세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U 내에서는 미국의 관세인상안이 세계무역기구(WTO) 합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마구잡이식 협박에 굴복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아 양측이 타협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게다가 협상이 성공한다 해도 EU는 중국과 미국 사이 진행 중인 관세전쟁에 휩쓸릴 여지가 높다.

조효석 임성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