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구성 이번주 신고… 정부에 처우 개선 요구키로
근로자의 날, 전국서 집회… 최저임금 1만원 등 촉구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128주년 세계노동자의 날인 1일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했거나 취업을 준비 중인 20여명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우리가 노동을 시작하며 마주한 현실은 강제야간근로, 임금체납, 장시간노동, 성희롱과 성추행 등 폭언과 폭력, 모욕과 차별 투성이였다”며 전국의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뜻을 모아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100여명의 노조 설립 발기인들은 이번 주 내에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노조 설립을 위해 모인 졸업생은 대부분 지난해 제주도에서 벌어진 특성화고 실습생 사망사고나 2016년 실습생 출신 계약직 직원의 구의역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교생이었다. 선배 졸업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당하는 사고를 지켜보며 노조 설립을 위해 뜻을 모았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이 든 팻말에는 ‘구의역 제주 이마트 억울한 죽음 끝내자’ ‘노동조합으로 모여 우리가 바꿔내자’라고 적혀 있었다.
특성화고 노조는 고용부에 특성화고 졸업생 처우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조합원들이 겪는 최저임금과 수당 미지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소를 운영하고 특성화고 졸업생 특별법 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들은 “손톱만큼이라도 세상을 고쳐내겠다는 의지로 노조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노동절을 맞아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노총은 송파구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안전한 일터, 좋은 일자리 창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구호로 내세운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한국노총 조합원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개악 저지와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비정규직 조직화와 차별 철폐, 사회안전망 강화, 인간존중사회 실현 등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서울광장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5만여명의 노동자가 참가하는 세계노동절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재벌개혁 등을 요구했다. 1만여명이 모인 서울광장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이 차별받는 사회, 노동기본권이 짓밟히고 노동자가 쓰다 버리는 물건으로 취급받는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노동헌법 쟁취와 노동법 전면 개정으로 노동을 새로 쓰자”고 했다. 민주노총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 성차별·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주장하는 선언문도 발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서울광장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황당갑질·폭행·협박·기본권 침해 등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을 사례별로 나눠 전시하고, 시민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점규 집행위원은 “노조도 없어 자신의 얘기를 하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허경구 방극렬 강경루 기자 nin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첫 마주한 노동 현실은 강제근로·체임·폭력…” 특성화고 졸업생 노조 설립
입력 2018-05-0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