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무려 23일간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던 탈주범 히라오 다쓰마(27·사진)가 지난 30일 주민의 신고로 결국 체포됐다. 그동안 히라오 추적에 2개 현의 경찰 1만5000여명이 동원됐으나 내내 헛수고만 했다. 히라오는 학창시절 발이 빠르고 술래잡기에서 절대 잡히지 않아 별명이 ‘뤼팽’(프랑스 추리소설 주인공인 신출귀몰한 도적)이었다고 한다.
NHK방송에 따르면 후쿠오카현 출신인 히라오는 2015년 절도와 건조물 침입 등을 반복한 혐의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2월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의 마쓰야마 교도소로 이송됐다. 이곳은 방 자물쇠와 철창, 높은 담장이 없는 개방형 교도소다. 히라오는 지난 8일 저녁 탈옥했다. 교도소 1층 창문으로 빠져나온 뒤 인근 민가에서 자동차와 지갑을 훔쳐 60㎞ 떨어진 히로시마현의 섬 무카이시마로 도주했다. 이날 밤 섬의 주차장 한곳에 차량을 버리고 잠적했다. 이후 5일 동안 섬 주민들이 현금과 옷, 휴대전화 등을 도난당한 피해가 7건이나 발생했다. 모두 히라오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산림이 많은 섬에 빈집도 1000채가 넘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빈집 한곳 한곳을 뒤질 때마다 소유자를 찾아 허락을 받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히라오는 섬 북쪽 산속의 비어 있던 별장 다락방에 상당기간 숨어 지냈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별장이어서 TV와 가재도구가 구비된 곳이었다.
도난 피해가 지난 13일 이후 끊긴 탓에 수색도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24일 섬 북쪽의 방범카메라에 히라오로 추정되는 인물이 찍히자 대대적인 수색이 재개됐다. 그러나 히라오는 이날 200m 이상을 헤엄쳐 섬을 빠져나갔다. 오노미치시로 건너온 히라오는 히로시마시쪽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도 오토바이를 훔치는 등 도둑질을 계속했다.
그러나 지난 30일 오전 히라오가 히로시마 전철역 부근 PC방에 들어왔을 때 점원이 알아보고 몰래 경찰에 신고했다. 히라오는 경찰차를 보고 PC방을 뛰쳐나갔고 인근 초등학교 담장을 기어올라 도망치려다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별 저항 없이 체포된 그는 “도망 다니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무카이시마와 주변 지역 주민들은 안도했다. 불안 속에 생활하면서 장기간 수색과 검문으로 큰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는 타격도 있었다. 가미카와 요코 법무상은 주민들에게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월드 화제] 섬마을 빈집 옮겨다니다… 日 탈주범 ‘뤼팽’ 23일만에 덜미
입력 2018-05-0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