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빈자리 채우는 한남동… 다시 뜨는 아트밸리

입력 2018-05-02 05:05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지난해 말 도시형 리조트를 표방하며 들어선 '사운즈 한남'의 전경이다. 이 건물에 최근 가나아트갤러리 분점인 '가나아트한남'과 세계적 경매사인 필립스의 한국 사무소가 오픈해 고품격 문화 색깔을 입혔다. 가나아트갤러리 제공
가나아트한남 개관전 작가인 장유희씨의 작품. 가나아트갤러리 제공
필립스 한국사무소의 홍콩 경매 프리뷰 하이라이트전 모습. 필립스 한국사무소 제공
순천향병원 인근 ‘사운즈 한남’ 빌딩 미술계 ‘한남동 파워’ 새삼 주목
가나아트, 파격 개관전 첫날 완판… 젊음+예술 넘치는 핫 플레이스로


서울의 ‘강북 속 강남’ 격인 용산구 한남동이 문화계 ‘핫 플레이스’로 새삼 조명 받고 있다. 1세대 갤러리인 가나아트갤러리와 세계 3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필립스 경매가 약속이나 한 듯 한남동의 같은 건물에 분점을 냈다.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 신생 ‘사운즈 한남’ 빌딩에 입주한 것이다.

지난 25일 찾은 ‘사운즈 한남’은 기하학적인 외관이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지상 5층짜리의 낮은 건물에 튀지 않는 미색외관을 해 주변 주택가와 편안하게 조화를 이룬다. 부동산개발회사 JOH컴퍼니가 지난해 말 문을 연 ‘사운즈 한남’은 이태원과 해방촌 등 젊음의 거리와 인접하면서도 골목길 정취가 남아 있는 용산구 대사관로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에는 카페, 빵집, 꽃집, 화장품 숍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고급 오디오 유통 브랜드 오드에서 운영하는 뮤직 라운지 ‘오르페오’ 등 대부분 젊은층에 어필하는 브랜드라는 게 특징이다. 레지던스 호텔도 함께 갖춰 도심 속 리조트를 표방한다. 여기에 갤러리와 경매사 사무소가 들어서 미술이라는 고급문화를 입힌 셈이 됐다.

한남동은 전통의 화랑가인 강북의 인사동·삼청동과 2007년 미술계 버블 때 생겨난 강남의 압구정동·청남동에 이은 제3지대다.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이 기폭제가 됐다. 미술계 한남동 파워는 2015년 대림미술관 한남동 분점인 D뮤지엄이 개관하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러다 원조 격인 리움이 2017년 들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활동을 올스톱하면서 한남동의 위상이 흔들렸다.

리움의 빈자리를 메운 가나아트갤러리와 필립스. 이들은 왜 한남동에 주목했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벌여갈까. 가나아트갤러리 본사는 북한산 자락 평창동에 위치한다. 가나아트갤러리 이정용 대표는 1일 “평창동은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강남 문화에 익숙한 젊은층에는 더욱 그랬다”며 “평창동 가나아트의 ‘올드 패션’과 달리, 가나아트한남은 아주 젊은 스타일로 운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전 작가 선정도 파격적이다. 전시 1호 장유희(27) 작가는 미국 시카고예술대학 학생이다. 시계, 식빵과 잼, 로션 등 일상의 소소한 아이템을 낙서 같은 붓질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최고 700만원으로 책정돼 개관 첫날 완판됐다.

지난 26일 문을 연 필립스 한국사무소는 공식 오프닝 행사의 일환으로 이달 말 예정된 홍콩 상반기 경매 중 하이라이트 31점을 3일간 선보였다. 갤러리가 아닌 사무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홍콩, 런던, 뉴욕 경매의 프리뷰 일부를 한국 컬렉터에게 선보이는 장소로 운영된다. 미술, 시계, 보석 등 본사의 각 분야 스페셜리스트들이 방한해 한국 컬렉터와 만나는 장소로도 이용된다. 1796년 설립된 필립스는 구미 중심으로 활동하다 2015년에야 홍콩 지사를 내며 아시아에 진출했다. 대만 타이페이, 일본 도쿄에 이어 아시아에서 4번째로 한국 사무소를 열었다.

필립스코리아 윤유선 대표는 “강남과 강북의 여러 장소를 물색하다 한남동을 낙점했다”면서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한남동의 분위기야말로 크리스티, 소더비에 비해 젊은 필립스 경매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