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김정은 회담 장소는 판문점이 바람직하다

입력 2018-05-02 05:03
북·미 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바람직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많은 나라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검토되고 있지만, 남북 접경지역인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 가능한 장소일까”라고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적으로 가능하다”며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만큼 이 곳을 유력한 회담 장소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판문점은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분단의 상징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인 효과가 부각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물론 회담 성과가 중요하지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판문점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결정될 경우 남북 정상회담과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데다 세계의 관심이 더해져 회담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판문점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지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다. 만일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북·미 정상회담은 다른 곳에서 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한다면 회담 직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회담 내용을 공유할 수도 있다. 한·미 공조를 위해서도 판문점이 적합한 셈이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리면 우리가 북·미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최적의 장소로도 꼽힌다.

판문점은 1951년 10월 25일 유엔군과 공산군 대표가 만나 휴전협상을 시작한 곳이며, 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분단의 현장이다. 이곳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작업이 이뤄진다면 세계사적인 상징성이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