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크린 88% 독점한 어벤져스3 과연 정상인가

입력 2018-05-02 05:05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어벤져스3)가 한국 박스오피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최다 스크린 수 2553개, 최다 상영 횟수 1만8317회, 최고 상영 점유율 77.4%가 말해주듯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개봉한 지 6일째인 지난 30일 500만 관객을 돌파함에 따라 최단기간 1000만명 돌파도 시간문제다. 매출액 점유율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난 주말 사흘 동안 점유율은 무려 95.1%에 달한다. 이 기간 전국 영화관에서 상영한 영화 약 150편 가운데 단 한 편이 영화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어벤져스3의 공습에 한국 영화계는 패닉 상태다.

해묵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어김없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 499개 극장의 2890개 스크린 중 88%를 이 영화가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극장을 가도 어벤져스3뿐인 것이다. 극장들이 영화를 10번 상영할 때 어벤져스3가 8번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국내 영화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릴 정도다. 관객의 다양한 선택권 존중은 그 어디에도 없다. 80%에 육박하는 상영 점유율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이다. 이는 우리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가 낳은 결과물이다.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을 모두 장악한 대기업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틀어막고 내부 거래를 통해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구조다. 게다가 시장의 50% 정도를 과점하고 있는 대형 배급사들은 상영관까지 갖고 있다.

스크린 독점은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시켜 장기적으로 한국 영화의 질적 하락을 유발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처럼 대기업의 영화 제작 참여 제한, 배급과 상영 분리 방안 등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특정 영화가 대기업 극장에서 일정 비율 이상 상영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도 필요하다. 저예산·독립영화 전문 영화관 확대도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