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란 효과?… 서울 주요대학 정시모집 늘었다

입력 2018-05-02 05:05
서울 주요 대학들이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위주로 뽑는 비율을 늘렸다. 전반적인 정시모집 축소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이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 쪽으로 정책 기조를 돌린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의 2020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1일 발표했다. 전체 모집인원은 34만7866명으로 2019학년도 34만8834명보다 968명 줄었다.

수시모집은 77.3%인 26만8776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보다 1.1% 포인트 상승했고 선발인원도 2914명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시 비율은 2007학년도에 51.5%로 정시를 추월한 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정시는 계속 줄어 2020학년도에는 22.7%까지 축소됐다.

수시 확대는 정부와 대학, 고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지난 10여년간 고교 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수시 확대를 유도했다. 서울·수도권 대학은 우수 학생을 경쟁 대학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 위기에 몰린 지방대의 경우 정시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졌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8만5604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24.6%였다. 지난해보다 0.2% 포인트 상승했다. 수능 위주 전형은 6만9291명으로 19.9%였다. 2019학년도 7만2251명(20.7%)보다 줄었다.

서울 소재 대학들은 학종을 유지하고 수능 위주 전형을 늘렸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15개 대학은 2019학년에 학종 비율이 43.6%에서 2020학년도 43.7%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같은 기간 수능 위주 전형은 25.1%에서 27.5%로 2.4%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성균관대는 수능 위주 전형을 19.5%에서 31.0%로, 서강대는 24.2%에서 33.1%로 올렸다.

이는 이른바 ‘박춘란 효과’로 풀이된다. 최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여론전이 격화되면서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지난 3월 말 서울의 일부 주요 대학에 전화해 정시 확대를 요구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이를 정부의 시그널로 받아들였고 정부 방침에 호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대의 경우 박 차관이 직접 요구했는데도 학종(79.6%)과 수능(20.4%) 비율을 유지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