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핫라인, 언제든 받는 것입네까” 文 “약속 잡아놓은 후 걸고 받는 것”

입력 2018-04-30 21:44 수정 2018-04-30 23:37

수보회의 주재 文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을 두고 “언제든 전화를 걸면 받는 것이냐”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급한 정상회담 뒷얘기를 공개했다. 회담 도중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핫라인 운영 방식에 대해 물었다. 문 대통령은 “서로 미리 사전에 실무자끼리 약속을 잡아놓고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농구광인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스포츠 교류에 대해 말을 꺼내자 “경평(京平) 축구보다는 농구부터 하자”고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세계 최장신인 이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북이 강했는데 은퇴 후 약해졌다. 이젠 남한에 상대가 안 될 것 같다”며 “남한에는 키가 2m 넘는 선수가 많죠”라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화제가 됐던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대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주제에 대해 물어봤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주로 설명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화할 때는 대화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못 봤는데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니 새소리가 나는 광경이 참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기념식수에 사용된 백두산 흙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그냥 삽으로 퍼서 가져온 게 아니고, 정성이 담긴 흙이었다”고 떠올렸다. 백두산은 화산재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북측은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만경초 풀을 뽑아 뿌리에 묻은 흙을 일일이 털어 판문점까지 운반했다고 한다.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 도중 ‘노벨 평화상을 받으시라’는 덕담이 담긴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축전이 청와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의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아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몸을 낮췄다.

공식 환영식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이에 오간 대화도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강 장관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초대 여성 외교부 장관”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TV에서 많이 봤다”고 말했다고 강 장관이 전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회담 일정 내내 ‘박수부대’ 역할을 한 사실도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평화의집 1층에서 방명록에 서명하자 갑자기 크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만찬에서도 김 위원장이 답사를 시작하자 중간 중간 먼저 박수를 치며 좌중의 호응을 이끌었다. 김 부위원장은 남측을 방문한 김 위원장이 어색해하지 않도록 ‘박수부대’를 자청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