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수정 안하면 폐기” 英·佛·獨 “합의 유지” 한목소리
마크롱, 이란 정상과 전화 협의 이란은 “재협상 불가” 강경 입장
순풍을 타고 있는 ‘북핵 협상’과 달리 3년 전 타결된 ‘이란 핵 협정’은 파기 위기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협정을 철회하겠다고 재차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재협상은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이란 핵 협정을 수정할 수 없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중동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이란 핵 협정 수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불리는 이란 핵 협정은 2015년 7월 14일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6개국이 이란과 맺은 합의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는 그 대가로 경제 제재를 풀어주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이란이 협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 120일마다 협정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은 그 시한이 다가올 때마다 폐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란 탄도미사일 제재 강화,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기간 폐지, 핵 사찰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해 왔다. 협정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다음 시한은 5월 12일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기존 이란 핵 협정을 대폭 개정하지 않으면 폐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압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현행 핵 협정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없다”며 “우리는 유럽 동맹국과 이를 고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당사국은 미국과 달리 기존 협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주말 3자 논의를 통해 이란 핵 협정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영국 총리실은 29일 성명을 통해 “협정이 다루지 못한 주요 요소들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세 정상은 이란 핵 협정이 이란의 핵무장 위협을 해제할 최선이라는 점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유럽 3국은 다만 ‘즉시 수정’을 요구하는 미국이 협정을 파기할 우려가 있는 만큼 후속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협정이 만료되는 2025년 이후 등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핵 협정은 협상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재협상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이란 정부는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속도 내는 북핵 협상… 후진 깜빡이 켠 이란핵
입력 2018-05-0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