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00다… ‘호감’vs‘쇼‘ 세대간 인식차

입력 2018-05-01 05:00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젊은층 “친근하게 느꼈다” 평창 ‘반다비’로 불리기도
여론조사도 호감도 높아
중장년층은 비판 목소리 “천안함 전력… 선전술” 경계
세대갈등으로 가진 않을 듯

취업준비생 김민희(28·여)씨는 지난달 27일 TV생중계로 남북 정상회담을 보다 깜짝 놀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침없는 입담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과감한 스킨십 때문이었다. 김씨는 “김 위원장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그동안 접했던 김 위원장 이미지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남쪽 20∼30대 사이에서 화제다. 과거처럼 그를 미치광이 지도자라거나 돼지, 전쟁광 등으로 조롱하는 게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온라인상에서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에 비유되곤 한다.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흰머리의 문 대통령과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에서 젊은이들은 수호랑과 반다비를 연상했다. 만찬을 위해 평양에서 옥류관 냉면을 준비해 왔으니 ‘프로 평양냉면 배달러(배달꾼)’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 위원장을 향한 한국사회 인식변화는 여론조사로도 확인된다. 한길리서치가 28∼29일 전국 성인남녀 7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 위원장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36.2%로 비호감이라는 22.0%보다 많았다. 회담 날 국내외 언론을 통해 생중계된 그의 모습이 한국사회의 인식을 바꾼 것이다.

회사원 강모(28)씨는 “북한은 폐쇄적인 곳이라 김 위원장도 딱딱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놀랐다”며 “‘(평양이)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농담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향한 한국사회의 반감이 과거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레드컴플렉스에서 중장년층보다 한층 자유로운 젊은이들은 김 위원장에게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과 냉전을 겪은 중장년층 사이에선 이런 분위기가 못마땅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군사도발 기억이 생생한데 젊은이들이 경계심 없이 김 위원장이 마치 대단한 지도자인 것처럼만 여긴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74·여)씨는 “북한의 선전술”이라고 일축하며 “젊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벤트 한 번에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김모(55)씨도 “김 위원장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면 핵으로 위협을 안 했을 것”이라며 “회담 때 보여준 모습은 미국의 압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시각 차이가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북한과 대결해온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과거처럼 반공 이데올로기가 무조건적으로 작동하진 않는다”면서 “앞으로 세대 간 인식의 차이를 좁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심우삼 방극렬 기자 sayh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