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지난 4월 6일부터 콜라 등 청량음료에 설탕세를 도입했다. 비만의 주범인 설탕 섭취량을 낮추기 위해서다.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설탕세는 100㎖당 당분 함유량이 8g 이상이면 24펜스(약 360원), 5∼8g이면 18펜스(약 270원)다.
영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설탕세를 도입하는 국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1년 핀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이후 유럽에서는 프랑스 벨기에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 10여개국에 이른다. 스페인의 경우 지금은 카탈루냐 지역에서만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전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을 세웠고, 아일랜드 역시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와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피지 사모아 등 남태평양 국가들도 속속 도입해 올해 현재 30개국을 넘어섰다.
미국의 경우 2015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가 주민투표를 거쳐 당류가 들어간 각종 음료 1온스(28g)당 1센트(약 12원)를 부과하는 설탕세를 신설한 이후 현재 7개 도시로 늘어났다.
호주 ABC방송은 30일(현지시간) 최근 각국의 설탕세 도입 현황을 소개하며 이를 거부하는 호주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성인 63%, 어린이 27%가 비만인 호주에서는 지난해부터 의료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흡연보다 비만이 더 큰 위험”이라며 정부에 설탕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그동안 저소득층 가계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설탕세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왔다.
하지만 의료계 등은 영국 사례 등을 내세워 다시 한 번 설탕세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도 지원사격에 나섰는데, ABC방송은 이날 설탕세 도입을 막는 주범으로 사탕수수 농장 등 설탕산업계와 음료업계 그리고 그들의 지원을 받는 정치인들을 꼽았다.
설탕세 도입 문제는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논란이 됐다. 덴마크에선 2011년 고지방 식품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비만세’를 시행했지만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인접 국가에 원정 쇼핑을 가는 등 실효성이 없자 1년 만에 없앴고 설탕세 도입 논의 자체도 그만뒀다.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선 기업들의 로비 때문에 설탕세 도입이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음료업계의 로비와 일부 주민의 조세저항에 따른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탕세 도입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설탕세 도입 이후 비만율이 실제로 줄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세계 각국에 설탕세 도입을 공식 권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비만 주범은 탄산음료”… 지구촌 대세 된 설탕세
입력 2018-05-0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