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 교계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교계 북한 전문가들은 30일 연세대 원두우신학관에서 열린 ‘한반도 상황과 남북 화해를 향한 종교의 역할’ 세미나에서 기독교가 통일을 위해 지도적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미나는 연세남북화해신학포럼에서 주최하고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에서 주관했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공동으로 지향할 도덕적 가치관을 기독교가 제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권재상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는 “기독교가 지닌 포용과 관용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는 남북 관계 개선을 향한 가치관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며 “편견과 오해를 넘어 남북이 보편적 가치관으로 하나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가치관은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성을 회복할 대안으로 꼽혔다. 권 교수는 “기독교 가치관으로 북한 사람들에게 창의적 역량을 심어주어야 한다”며 “기능주의적이던 노동구조도 인본주의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석환 장신대 교수는 “인류의 공존과 공영을 위한 도덕적 토대는 이전부터 종교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교회가 남북 화해 분위기에서 사회적 지도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성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적 지도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더욱 한국교회가 남북 공동의 문화 구축을 위한 공적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주도적·집권적 태도를 지양하고 사회 다양한 주체들과 원탁에서 협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기존의 이념적 갈등과 긴장을 풀고 공동체성 회복이라는 더 중대한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탈북민 최경희 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의 학자들은 북한이 덩샤오핑식 개방정책을 모델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제인으로 북한에 들어간 종교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민 박사는 “정상회담 전후로 교계는 차분하기도 했고 소외감을 느끼는 듯도 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계가 무엇을 했는가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교계가 모여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한 공동의 논의를 이뤄야 한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성 교수는 “유연하고 공적인 통일 신학의 패러다임을 도출할 공론의 장을 형성해야 한다”며 “남북이 문화적 공동성을 회복하도록 한국교회가 기여한다면 북한선교의 정당성 확보는 물론 사회적 신뢰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기독교, 南北이 지향할 도덕적 가치관 제시해야”
입력 2018-05-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