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또 다시 파행] 10년째 ‘감독회장 리스크’ 되풀이

입력 2018-05-01 00:00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2003년 ‘4년 전임 감독회장 제도’를 부활한 이후 ‘감독회장 당선→소송→자격 상실’이라는 흑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4년 전임 감독제의 첫 수혜자인 신경하 전 감독회장을 제외하곤 모든 후보와 감독회장이 소송 당사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임기를 마친 전용재 전 감독회장도 자격을 상실했다가 소송을 통해 복권됐을 정도로 소송은 감독회장 임기 내내 따라다녔다.

현 감독회장인 전명구 목사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선거무효 판결을 받은 뒤 절치부심하던 전 감독회장은 지난달 27일 해당 법원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결국 수렁에 빠졌다. ‘감독회장 리스크’는 기감 본부, 산하 교회 지원 업무와 교회 연합사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30일 전 감독회장을 대신해 입장을 전한 지학수 기감 선교국 총무 직무대리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선거무효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직무만 정지될 뿐, 감독회장 자격은 유지된다고 보는데 판결의 향방에 따라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 감독회장이 복귀를 염두에 두는 것과는 달리 직무대행을 선출해야 하는 현직 감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감 산하 11개 연회 감독 중 선임인 강승진 서울연회 감독은 이날 기감 본부에서 감독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선 오는 18일 감리회 본부에서 총회 실행부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강 감독은 전화통화에서 “기감 헌법인 교리와 장정에 따라 이달 30일까지는 직무대행을 선임해야 한다”면서 “절차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아 일정이 촉박하다”고 했다.

기감의 지도력 공백 사태는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병폐다. 김국도 임마누엘교회 목사가 감독회장 후보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시작된 갈등이 출발점이다. 2008년 9월 법원이 김 목사가 2001년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이 결격 사유라고 판결하자 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가 각각 총회를 열어 교단 분열 직전까지 치달았다.

기감은 2012년 5월 극적인 회생 기회를 맞았지만 후보 자격 문제가 또 불거지면서 세 차례나 선거가 중단되는 혼란을 겪었다. 2013년 6월 4명의 감독회장 후보들이 등록을 마친 뒤 7월 선거에서 전용재 목사가 감독회장에 당선되면서 5년 갈등이 종식됐다. 하지만 곧바로 총회 특별재판위원회가 당선 무효 판결을 내렸다. 전용재 전 감독회장은 2014년 4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뒤에야 겨우 지위를 회복했다.

기감 본부는 감독회장 리스크가 반복될 때마다 혼란에 빠졌다. 본부의 한 직원은 “이젠 무덤덤하지만 이럴 때마다 혼란스럽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땐 한국교회총연합회도 고민이 크다. 변창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무총장은 “전 감독회장은 한교총 총회에서 선출한 대표회장인 만큼 자격엔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기감 총회와의 협력 등 교회 연합 사업엔 어려움이 예상 된다”고 우려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