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팀… 탁구·농구 “환영” 축구는 “글쎄”

입력 2018-05-01 05:00
한국의 현정화(오른쪽)와 북한의 이분희가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함께 경기하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남북 축구 단일팀의 조진호(오른쪽 두 번째)가 같은 해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 아일랜드 선수들의 수비를 뚫고 돌파하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男 농구, 北 선수 3명 안팎 선발
탁구, 합쳐지면 전력에 플러스
축구, 손발 맞추는데 시간 필요
카누, 드래곤보트서 한 팀 희망
한국팀 선수·OCA 양해 구해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남북 단일팀 구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지부에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한탁구협회도 “유·불리를 떠나 무조건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단일팀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폈다. 아시안게임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각 종목 경기단체는 북한 및 국제단체와 시급히 논의할 것들이 많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상대 참가국들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선수 당사자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여자농구, 북한이 도움 된다”

농구협회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27일 FIBA 아시아지부에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하겠다”는 서면을 보냈다. 남북 화해라는 대승적 가치를 이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방열 농구협회 회장은 “통일에 농구가 이바지할 수 있다면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단일팀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12명인 농구 대표팀의 출전 엔트리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미정이다. 우리 선수 12명에 추가 엔트리를 요청하는 방안, 12명 내에 남북 선수들을 모두 채우는 방안 등이 두루 검토된다. 추가 엔트리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북한 선수들은 12명 중 3명 안팎 규모로 선발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농구의 경우 북한 선수가 1∼2명가량 더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방 회장은 “여자농구의 경우 선수 수급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은 농구협회 사무처장은 “대만과 비슷한, 아시아 4∼5위 수준으로 봐도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탁구, 전례대로 엔트리 확대 기대”

탁구협회는 “단일팀을 구성하는 상황이 온다면 무조건 한다”는 입장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알렸다. 이유성 탁구협회 부회장은 “탁구는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꾸려진, 단일팀의 상징적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탁구협회는 OCA, 아시아탁구연맹(ATTF) 등과 엔트리 확대 조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남녀 대표팀은 현재 각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탁구협회는 이 엔트리가 남녀 각 10명씩으로 확대될 것이라 기대한다.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당시 남북 단일팀 ‘코리아’ 소속으로 남녀 10명씩 출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탁구협회는 단일팀이 경기력 차원에서 큰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회장은 “남자탁구는 우리가 조금 우위지만 여자탁구는 막상막하”라며 “합쳐지면 전력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탁구 관심 증대 등 부수적 효과도 기대하는 눈치다.

“축구 남녀 단일팀? 경쟁력 떨어진다”

축구협회는 “단일팀 구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조직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더 소요될 테고, 병역 혜택 차원에서 피해를 입는 선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남자 대표팀의 경우 병역 혜택을 얻으려면 실제 경기에 뛰어야 한다. 북한 선수들의 자리를 만들다 보면 우리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단일팀이 손해라는 판단은 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여자 대표팀은 내년 프랑스 여자월드컵에 출전하며, 아시안게임은 그 전초전”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컵을 위해 손발을 맞추며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인데, 단일팀으로 아시안게임을 치르면 이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의 전례가 있는 만큼 북한이 축구 단일팀을 강력히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축구협회는 “북한 축구의 전력을 파악한 단계가 아니며, 구체적인 제안도 없었다”고 했다.

“남남북녀 키잡이”

대한카누연맹은 드래곤보트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드래곤보트는 10명 또는 20명의 패들러가 키잡이의 방향 조정, 고수의 북소리에 맞춰 노를 저어 수면을 달리는 카누의 한 종목이다. 현재까지 남북 모두 국가대표팀이 없었다.

카누연맹은 남한의 한강, 북한의 대동강에서 전지훈련을 한다는 상징적인 계획도 세웠다. ‘남남북녀’ 콘셉트를 활용해 남자팀에서는 남한 선수를, 여자팀에서는 북한 선수를 키잡이로 정하겠다고 했다.

이경원 박구인 이상헌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