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두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 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 달라”고 당부했다. 대의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얻어 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갖고 선언의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도 우려했듯 비준 동의 여부가 새로운 정쟁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준 동의에 대해서는 정당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비준에 찬성이다. 바른미래당도 사후 비준 동의 요구가 절차 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연일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며 비준 동의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별 의석수를 보면 비준 동의 가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국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반쪽 비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을 자극해 가뜩이나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 파행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모든 정당이 비준에 동의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 비준 절차를 서두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 동의를 받으려는 이유가 선언의 이행에 필요한 입법과 예산 등에서 초당적 협력을 유인해 내고 정권을 초월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것일 텐데 제1야당인 한국당이 반대하면 실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수적 우위를 과신해 비준 동의 절차를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와 이어질 한·중·일, 한·미, 북·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을 한국당 등 야당에도 충분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게 먼저다. 판문점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국내외에서 이견과 불신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준 동의를 강행하다가는 남남갈등과 정치적 분란을 부를 수 있다. 5월 하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뤄진다면 한국당도 비준 동의에 마냥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는 비준 동의에 집착하지 말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끌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당도 냉정한 안목으로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은 판문점 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하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과거의 냉전적 대결 논리만 고집하다가는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정치적 고립만 자초할 뿐이라는 걸 유념해야 한다.
[사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 서두를 일 아니다
입력 2018-05-01 05:00 수정 2018-05-02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