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그동안 한국 금융시장을 짓눌러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등 장밋빛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 대해선 낙관론에 취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여러 경제지표들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그동안 어렵사리 횡보해 왔던 생산 투자 등 실물경기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우선 눈에 띄는 지표는 제조업 평균가동률 70.3%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9.9%) 이후 9년 사이에 최저치다. 간단히 말하면 공장 기계 10개 중 3개는 수요 부족으로 놀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상적인 경기 상황의 제조업 가동률이 80%정도라는 점에서 경제의 동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미 있는 공장마저 놀리는 상황인데 투자가 증가할 리 없다. 설비투자는 기계류(-11.6%) 투자가 줄면서 전달보다 7.8% 감소,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부동산 경기 확장세가 꺾이면서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도 전달보다 4.5%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줄었다.
제조업 가동률 하락은 주로 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의 부진에서 비롯됐다. 자동차와 기계장비 생산은 지난달 대비 각각 3.7%, 4.3% 줄었다. 최근 전년동기 대비 수출증가액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 호황도 길어야 올해까지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조선 등의 수출 하강이 뚜렷해진 것이다. 그나마 서비스업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생산 감소폭을 줄였고 소비 관련 지표도 괜찮은 모양새다. 그러나 이마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완화되면서 중국인 방문객이 증가세로 전환된 덕을 봤다. 반도체 호황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력 수출산업의 하강은 실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가열로 앞으로 수출 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1주년이 다가오는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설익은 소득 주도 정책으로 실물경기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그나마 수출 길을 터줬던 세계 경기 훈풍마저 끝나면 어떻게 하나.
[사설] 식어가는 실물경제… 장밋빛 기대 섣부르다
입력 2018-05-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