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두산 베어스 투수 곽빈(19)은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프로 통산 첫 승이 눈앞이었다. 주변 동료 선수들이 다가와 “빈아, 기도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곽 선수도 모자챙을 꼭 쥐었다. 그가 쥔 모자에는 ‘기도’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승리 기념구를 들고 씩 웃었다.
곽 선수는 2017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한 ‘슈퍼 루키’다. 프로 데뷔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기록하고 지난달 11일에는 첫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다. 단 한 달만에 1승 1세이브 4홀드를 기록하며 리그 1위인 강팀 두산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됐다.
그런 곽 선수의 모자챙에는 그의 등번호인 20번과 함께 ‘기도, 패기, 가족’이라는 3단어가 적혀있다. 많은 선수들이 승리를 기원하거나 가족 등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 문구를 적어둔다. 하지만 기도라고 적은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곽 선수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독교 신자이신 부모님을 따라 어렸을 적부터 교회를 다녔다”며 “항상 하나님께 기도하자는 마음을 갖고 써 놨다”고 설명했다.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는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고교야구는 주말 리그로 진행돼 교회를 다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곽 선수는 “시간이 될 때 자발적으로 동네 친구들을 모아 함께 교회에 나갔다”며 “경기가 많아 자주 나가지는 못했지만 한 달에 2주 정도는 예배를 드렸다”고 말했다.
더구나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터라 더욱 짬을 내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프로선수가 된 뒤 2주가 지나서는 훈련의 피로도 잊은 채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곽씨는 “바쁜 일정으로 굉장히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교회에 나가니까 좋더라”며 “꿈을 이루게 돼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렸다”고 전했다.
곽씨의 어머니 이미례(51·서울 순복음강남교회) 집사는 “빈이는 마운드에 오를 때나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것이 생활화 돼 있다”며 “하나님을 많이 의지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나에게 함께 새벽기도를 나가자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집사는 “빈이가 프로선수가 돼서도 하나님을 잊지 않고 모자에 ‘기도’라고 적었다니 정말 감동적”이라며 “네 뒤에 하나님이 계시고 너를 지켜주고 계시니 너는 그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라고 항상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프로 데뷔 첫 승 비결은 모자 속 ‘기도’의 힘”
입력 2018-05-0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