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당시 시점과 비슷… 감회 새로워
경평축구 조속 부활 등 기대감
“스포츠 교류가 남북통일의 교두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전 시티즌의 박철(45·사진) 스카우터는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파견 등을 골자로 하는 스포츠 교류 합의 사실을 접한 뒤 감회가 새로웠다. 바로 그가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8강에 오른 남북 축구 단일팀 수비수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당시 남북은 대회를 4개월여 앞두고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서울과 평양에서 평가전 형식으로 경기를 치른 뒤 단일팀의 최종 엔트리를 구성했고, 합동훈련을 하며 담금질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약 4개월 남은 점은 당시와 시기적으로 매우 흡사하다.
박 스카우터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린 나이에 얼떨결에 남북을 대표하는 단일팀의 선수가 됐다”며 “처음에는 북한을 잘 몰랐고, 선수끼리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북한 선수들은 고위간부의 통제를 받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남북 선수가 말을 섞기 어려운 분위기였고, 개인 촬영도 철저히 금지됐다.
남북 선수들은 대회 개최지인 포르투갈에서 같은 호텔에 머물게 돼서야 조금씩 친해졌다. 서로의 방을 왕래하며 대화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았다. 박 스카우터는 “남북 선수들이 ‘단체종목이니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똘똘 뭉쳤다”고 전했다. 단일팀은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꺾는 등 1승1무1패를 거둬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는 브라질에 1대 5로 지면서 단일팀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박 스카우터는 “당시 유니폼에 한반도 마크가 새겨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남북 선수들이 “서로 의미 있게 기념, 소장하자”며 각자의 유니폼을 돌려가며 사인을 남겼다”고 밝혔다.
일부 단일팀 선수들은 대회가 끝난 뒤 이별을 앞두고 눈물을 보였다. 박 스카우터는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어 남북 선수 모두 이심전심이었던 것 같다”며 “나 역시 북한 선수들과 ‘다시 만나서 축구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남과 북의 정상이 합의한 만큼 국제대회에서의 단일팀 구성은 급류를 탈 전망이다. 특히 축구는 가장 인기 있고 단체종목의 상징성이 큰 만큼 단일팀 및 남북 체육교류의 단골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축구가 당장 단일팀이 될지는 모르나 서울과 평양의 축구 교류전인 경평축구대항전 부활은 기정사실화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예상된다.
박 스카우터는 단일팀 등 남북 축구 교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한때는 남북이 정기적으로 만나 축구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최근 줄어든 스포츠 교류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스포츠만한 것이 없다. 스포츠가 정치를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며 “스포츠는 희로애락이 있고, 우리를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91년 축구단일팀 박철 “남북교류, 스포츠만한 것 없다… 경평축구를”
입력 2018-05-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