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학자인 네덜란드의 얀 멜리슨에 따르면 세계화와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달로 국민이 외교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외교 민주화(Democratization of Diplomacy)’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외교를 ‘교섭에 의한 국제관계의 처리이자 외교관의 직무 또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정도로 외교는 오랜 기간 일부 정치인과 외교관의 전유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정부의 일방적 통치가 아닌 정부와 국민의 협치를 중시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외교에서도 국민의 역할과 참여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 일본, 호주 같은 선진국 외교부는 전담 조직을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교정책 수립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는 이러한 세계적 트렌드와 더불어 외교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내외의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일례로 우리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 및 국민 참여를 통해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해 ‘국민 외교’를 외교부 6대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공감대 형성 및 인프라 구축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국민외교센터’가 드디어 4일 외교부에 그 문을 연다.
국민외교센터 설치는 우리나라 외교사에서 다음 세 가지 의의를 가지고 있다.
첫째, 민주적 거버넌스 확산에 따라 국민이 외교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외교센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외교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창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다. 앞서 네덜란드의 얀 멜리슨이 언급한 ‘외교 민주화’를 구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둘째, 국민외교센터는 외교정책의 일방적 홍보나 선전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통해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책 수립과 집행의 모든 과정에서 정기적인 여론조사, 온·오프라인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건 물론이고 정책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나갈 것이다. 다양한 이해집단들의 정책 제안 및 참여 활성화는 국민외교센터의 원동력이자 대한민국 외교 발전의 추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셋째, 국민외교센터는 세계 최초로 ‘국민외교’라는 이름으로 국민 주도형 외교정책을 선도한다는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의 전기를 마련한 이래 다양한 형식과 방식으로 국민의 외교정책 참여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전개해 왔다. ‘국민외교’는 ‘국민이 주인이 되고, 국익이 중심이 되는 외교’를 표방하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비전과 철학이 반영된 신개념 외교 브랜드다.
바야흐로 초연결, 대융합, 초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외교 분야에서의 국민 소통과 참여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 정부의 ‘국민 중심 외교’ 구현을 위한 국민외교센터가 출범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외교센터는 대한민국의 ‘외교 민주화’ 발전을 위해 이제 소중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국민외교는 앞으로도 중장기 발전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등 체계적인 쌍방향 국민외교 추진 기반을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범국민적이고 범정부적인 협업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다.
국민외교센터 출범에 즈음하여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기대해본다.
박은하(외교부 공공외교대사)
[기고-박은하] 외교도 국민과 소통해야
입력 2018-05-0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