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 목사는 사회적 성결이 아닌 성결을 모르며 사회적 종교가 아닌 기독교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눈먼 자에게 눈이 되고, 절름발이의 발이 되며, 과부의 남편이 되고, 고아의 아비가 되는 동안 영혼을 죽음에서 구원하는 일이 나타나게 하라”고 설교했다. 이 같은 정신은 아펜젤러나 스크랜턴 등의 감리교 선교사를 통해 한국에 유입됐다. 감리교 선교사들은 19세기 말 낙후된 조선 땅에 학교를 짓고 병원을 세웠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웃 사랑에서 시작된 ‘사회성화’는 이 땅에 살던 약자들의 삶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 소속된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웨사본·대표회장 홍성국 목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 땅의 교회가 사회성화를 이룰 것을 강조하며 이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단체다. 이 단체는 장기기증운동, 각막이식수술비 후원, 선교사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운영, 다음세대 목회자와 청소년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회가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와 웨사본 실무를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조정진(49) 목사를 지난 25일 서울 구로구 경인로 인근 사무실에서 만났다.
풀뿌리 조직부터 사회성화 확산
웨사본의 목표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회성화실천운동을 기감 내부 풀뿌리 조직에서 시작해 한국교계 전체로 확산·전개하는 것이다. 이 단체는 설립선언문에서 “감리교인들이 사회성화실천운동의 취지를 인식하고 적극 참여하며 기감을 시작으로 한국 교계가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사회성화실천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고 정체성을 분명히 못 박았다. 이 같은 취지는 2016년 10월 인천 남동구 하촌로 만수중앙감리교회에서 기감 중부연회 웨사본을 창립하면서 공식 발표됐다.
웨사본은 기감의 풀뿌리 조직이라 할 수 있는 연회별로 조직을 만들고 있다. 중부연회에서 웨사본이 설립된 같은 해 12월 서울연회와 경기연회에도 각각 본부가 설립됐다.
조 목사는 “상명하달 식으로 이뤄지는 운동은 결국 실천력이 떨어지게 돼 있다”면서 “큰 조직 중심이 아니라 지역별로 교회 크기에 상관없이 뜻있는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성화에 실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웨사본이 진행 중인 사역은 먼저 각막이식수술비 후원운동이 있다. 단순히 개인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신체가 이웃을 위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교회 차원에서 공유하는 캠페인이다.
지난 1월부터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과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 게스트하우스 ‘웨슬리선교관’을 짓고 사역보고, 질병치료 목적 등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선교사들에게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글로벌리더십캠프’를 열어 기독 청소년들이 미국 하버드대, 예일대, 백악관,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등 명소를 탐방하며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활동은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거저 받는 은혜에 감격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기독교 정신을 전하기 위해서다.
교회가 못 보는 사각지대 관심
조 목사는 2002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기증등록기관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을 통해 장기기증 희망자 등록, 각막이식수술비 지원, 희소난치병 치료비 지원 등 사회성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2013년에는 사순절 생명나눔운동을 열어 교계가 사후 장기기증 서약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1996년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이후 장기기증운동에 뛰어들었고 2012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시련도 있었다. 처음 참여했던 장기기증운동단체 대표가 횡령 혐의로 구속됐을 때 기감 홈페이지에 “후원 교회에 사죄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해고됐고 명예훼손 고소까지 당하는 등 고초를 치렀다. 소송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목사 안수가 2년이나 늦어졌고 30대 나이에 당뇨병을 앓아야 했다. 그는 “신학생 시절부터 약물중독 환자의 심리치료, 학교 밖 청소년 상담, 생명의전화 상담 등 일반 목회자들이 잘 관심을 두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사역할 생각을 가졌다”며 “교회가 잘 보지 못하는 곳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웨사본을 통한 사회성화운동을 모색하게 된 것 역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생각에서 나왔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의 장기기증운동뿐만 아니라 교회가 사회적 실천을 위해 동참할 수 있는 영역이 없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웨사본 설립을 적극 추진했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회성화에는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두 렙돈을 헌금함에 내놓은 과부처럼, 작지만 귀한 헌신에 동참하면서 개인성화와 사회성화 모두를 이뤄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신림역에 ‘선교관’ 2호 개관
단순한 게스트하우스 아닌 선교 센터·허브 역할까지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웨사본·대표회장 홍성국 목사)는 지난달 19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 선교사 게스트하우스인 ‘감리교웨슬리선교관’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 선교사 게스트하우스 1호를 만든 데 이어 두 번째다.
웨슬리선교관의 가장 큰 특징은 교단에 관계없이 선교사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선교사들은 사역보고, 선교훈련, 질병치료 등 목적으로 국내에 체류할 때마다 숙소를 구해야 한다. 대형 교회에서 파송 받은 선교사들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중소형 교회에서 파송 받았거나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은 선교사들은 마땅히 머물 곳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정진 목사는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공적 자산”이라며 “우리 교회 선교사만 돕는다는 생각을 넘어 여러 교회가 함께 선교사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한 끝에 나온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선교관은 단순히 선교사들을 위한 숙소뿐 아니라 선교센터로도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선교사 후보생이나 파송을 앞둔 선교사들이 이곳 선교관에서 사전 정보를 얻고 교제하도록 하면 선교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게 조 목사의 설명이다.
신림역 선교관은 지하와 지상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 1층에 3개실, 지상 1층에 4개실이 갖춰져 있다. 공동주방에는 조리기구 식기류 등이 구비돼 있어 가족이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머무는 동안 선교사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인터넷 TV 세탁기 냉장고도 비치했다. 당산역 선교관은 2개실이며 시설은 동일하게 갖춰져 있다.
조 목사는 “선교사 후원을 위해 뜻있는 교회들과 힘을 모아 선교관을 운영하고 있다”며 “선한 뜻에 함께하는 여러 교회의 도움과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선교관 이용을 위해서는 파송 교회 담임목사의 추천서와 이용신청서를 작성해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donation2001@naver.com·1588-0692).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교회가 못 보는 사회 사각지대, 풀뿌리 조직 동원해 보듬어
입력 2018-05-0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