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코리아 프리미엄!… 상승랠리 기대감

입력 2018-04-30 05:00

“리스크 해소” 설레는 코스피
증권가 “2600까지 간다” 국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 건설·의식주·철도 등 유망
“시간 필요” 신중론도
펀더멘털까지 볕들려면 멀어 글로벌 제재 풀려야 경협 가능
대북사업 역마진 수주 우려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해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되고, 증시가 레벨 업(Level-up)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철도 연결 가능성을 언급하자 철도 관련주가 치솟는 등 개별 종목 주가도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남북 해빙이 국내 경제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2일부터 26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6996억원으로 전월보다 11.6% 늘었다. 빚을 내 주식을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25일 12조178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증시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실험장 폐쇄 공개 방침 등 진전된 내용이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남북 경제협력 기대는 중장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긍정 요인”이라며 “투자심리에 다시 봄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000년 이후 남북의 지정학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증시 반응을 분석한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시 코스피가 약 26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실화하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 긍정적이다. 적어도 북한의 기습 도발로 증시가 출렁이는 건 막을 수 있다.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지표는 지난해 9월 북한 핵 위협으로 19개월 만에 최고치(76bp)를 기록했다가 지난 26일 47bp까지 떨어졌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건설, 철도 등 인프라 업종이 유망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었던 토목·건축 업체 남광토건 주가는 지난달 2일부터 지난 27일까지 4배 가까이 올랐다.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업체인 대아티아이도 같은 기간 배 이상 올랐다.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衣食住) 관련 업종도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 내 인프라 육성에 20년간 총 1400억 달러(약 151조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메리츠종금증권 정다이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는 냉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에 대한 글로벌 경제제재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경협주의 최근 흐름은 거의 정치 테마주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경협이 현실화해도 한국 기업들의 수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협 사업이 저가 수주, 역(逆)마진 사업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차원의 교류인 만큼 인도적, 상징적 차원의 저가 수주가 이뤄질 수 있다. SK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향후 북한이 적극 개방을 해도 한국이 얼마나 주도권을 쥘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도 통일 전후 증시의 극심한 급등락을 경험했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 전략에 참고할 수 있다. 독일은 앞서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닥스(DAX)지수가 3개월 만에 35% 급등했다. 하지만 1990년 7월 화폐통합 조약이 체결되자 증시가 급락해 단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건설 업종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단기에는 상승했지만 실질적인 화폐 통합이 진행되자 오히려 하락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금은 통일 이후 장기적으로 늘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1990년 194억 마르크 수준이었던 외국인의 독일 증시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은 1993년 2357억 마르크로 증가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