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솔직하게 물었다면 김 위원장도 답변했을 것… 다음엔 北의 시인·사과 희망”
“NLL 평화수역 논의에 안도”
“완전한 비핵화 약속 최대 성과… 실행까지 끊임없는 감시 필요”
“정부, 인권문제도 해결 나서야”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이들이 있다. 북한에 가족과 고향을 두고 온 탈북민과 실향민, 북한의 군사행동으로 상처 입은 천안함 폭침 희생자 유가족과 연평도 주민들이다. 이들도 종전선언 추진과 완전한 비핵화 실현 등이 담긴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며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했다. 동시에 도발행위에 대한 북한의 인정과 사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등이 뒤따르기를 희망했다.
천안함 유족 대표 이성우씨는 29일 “남북 정상의 선언을 보면 앞으로 양국 간 군사적 대결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국민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2의 천안함 폭침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통일로 가는 길이 더 넓어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 A씨도 “이번 선언대로 전쟁이 끝난다면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이 다시 생기지 않을 테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족들은 회담에서 천안함 사태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함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답변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리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은 북의 소행’이라는 신념이 있다는 것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 북한 정권이 6·25 전쟁과 천안함 폭침 등이 잘못이었다고 시인하고 사과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서해 최북단 연평도 주민들도 환영했다.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 이후 늘 불안에 떨며 살았다는 주민 김모씨는 “이번 회담을 지켜보며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연평도 어촌계장 박태원(58)씨는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 설정 방안이 논의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서해5도가 남북공동 어로수역으로 지정되면 북한 수역을 통해 우리 해역으로 오는 중국 어선의 침범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 전준영 회장은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게 최대 성과”라고 말했다. 그동안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북한 정권이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전 회장은 “북한 핵 문제만 해결되면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그리고 통일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북 5도 실향민들의 단체인 사리원중앙시민회 회원들도 이번 회담의 성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홍상열 사무국장은 “회원들과 함께 TV 생중계를 보며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축하했다”며 “이전에도 남북 사이에 비핵화를 논의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사무국장은 “비핵화가 이뤄졌을 때 실향민들이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는 길도 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도 “비핵화와 관련된 문구에 ‘핵무기 폐기’ 등 좀 더 명확한 내용들이 포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판문점 선언을 바탕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민군 부소대장 출신으로 1979년 탈북한 안 소장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그는 “많은 탈북민 가족들이 수용소에 갇히거나 노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들의 상봉까지도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제3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언젠가 고향 땅을 방문하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과 해외에 체류하는 탈북민들의 인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2011년 탈북한 이영주(44·여)씨는 “탈북 과정에서 강제 북송돼 노동교화소에 끌려갔고 그곳에서 많은 친구들이 죽는 걸 봤다”며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심이 비핵화 등에만 쏠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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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손재호 강경루 기자 Isaiah@kmib.co.kr
“제2 천안함 폭침 없어야” “탈북민도 이산상봉을”
입력 2018-04-3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