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놓고 정치권 기싸움

입력 2018-04-30 05:05
한국당 “응하지 않겠다” 밝혀 바른미래는 다른 현안과 연계 민주 “초당적 협력 있어야”
일각 “헌법이 북한 독립국으로 인정 안해 논란 소지 있다” 청와대 “법적 절차 등 거칠 것”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두고 여야가 기싸움을 시작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판문점 선언을 ‘위장평화쇼’로 규정하고 국회 비준 동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은 국회 비준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다른 현안과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비준’ 방침을 정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29일 “국회 비준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당도 방송법 개정안과 드루킹 사건 특검법 등에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의석수 분포만으로 보면 국회 비준이 가능하다. 국회 비준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처리된다. 현재 재적의원은 293명으로 비준안 가결을 위해서는 147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1석이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까지 포함하면 141석이 된다. 여기에 민중당(1석)과 무소속 정세균 국회의장·손금주·이용호 의원,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평화당과 같이 활동하는 비례대표 의원 3명까지 포함하면 최대 148표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남북 정상 간 합의문의 국회 비준을 여야 간 표 대결로 처리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비준 문제는 숫자 싸움으로 밀어붙이듯 할 게 아니라 초당적 협력 아래 추진돼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길에 딴지가 아닌 초당적 지지를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판문점 선언에 대한 법적인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국회 비준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법제처 등 관련 부처 간 검토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비준 문제가 정치쟁점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보였다.

국회 비준과 관련해서는 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행 헌법이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의 합의문이 국회 비준의 대상일 수 없다는 논리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위장평화쇼” 발언에 대한 비판도 드셌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오직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고 있다”며 “노이즈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라면 이는 전형적인 구태정치이자 청산돼야 할 정치적폐”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정치권은 무조건 시비부터 하려는 자세를 지양하고 평화가 정착되도록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의 생떼와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고 논평했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평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한국당이 남북 전쟁위협 속에서만 존립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더 늦기 전에 해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