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합의보다 이행 더 중요” “지켜보자” 신중론에 힘 실려
야권이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에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비핵화 합의보다 이행이 더 중요하다”며 “지켜보자”는 신중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홍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로 깎아내린 데 대해 “너무 나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그러나 홍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정부는) 여덟 번을 속고도 아홉 번째는 참말이라고 믿고 과연 정상회담을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 때는 공범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비판을 의식한 듯 “본질을 이야기하는데 걸핏하면 색깔론을 들먹이는 저들의 음해공작에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깨어 있는 국민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28일 페이스북 글에서는 “이번 남북 공동선언은 이전에 남북 선언에 비해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조차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또 “문재인정권의 외눈박이 외교를 국민과 함께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에서 “김정은이 판문점을 다녀갔고 (문 대통령과) 함께 냉면을 먹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냉정하고 침착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한국당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위장평화쇼’ 등의 주장은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28일 페이스북 글에서 “11년 만의 남북 정상 만남은 국민에게 큰 감동과 과제를 함께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포함된 것, 그리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면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이제 합의보다 더 중요한 이행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며 “핵폐기 프로그램을 비롯해 북한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맹목적 비난이나 들뜬 기대감 모두를 거부하는 신중론은 확산됐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은 논평을 내고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도 아니고, 판문점 선언을 비판할 때도 아니다”며 “북한의 비핵화는 실질적 조치를 거쳐야 하며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는 “평화를 향한 여정은 시작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크게 반겼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판문점 선언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썼다가 비난 댓글이 쇄도하자 문구를 수정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
홍준표의 위장평화쇼 발언, 한국당 내부서도 “지나쳤다”
입력 2018-04-29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