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확인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치를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 이정표를 세웠다는 의미가 있다. 판문점선언이 실제 이행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낙관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남북 평화 공존을 위한 전기는 마련했지만 시작일 뿐이다. 가야 할 길이 멀고 발걸음을 막는 지뢰밭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들뜨지 말고 냉정한 자세로 정상회담 이후의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남북 정상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로 개편하고 선언을 이행할 후속조치에 착수한다. 당장 5월부터 군사적 긴장 완화 의제를 다룰 남북 군사회담, 8·15 이산가족 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다룰 고위급회담이 줄줄이 열리게 된다. 이런 회담들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겠지만 정부의 당면한 최고 과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견인하고 거듭 확인하는 일이 돼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 쌓아올린 남북 관계 진전은 사상누각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5월 중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이 과정을 국제사회에 공개하기로 했다. 북한 매체들이 '완전한 비핵화' 문구를 포함해 판문점 선언 전문을 보도한 것도 비핵화를 포함해 합의 사항 이행 의지를 북한이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과거 국제적 합의를 뒤집은 전례를 들어 북한의 의도를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국내외에 만만치 않게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 단계에서는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내용과 이행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후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구체화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은 5월 하순 이후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이견이 노출된다면 한반도 평화 무드는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설득하고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시간15분 동안 전화통화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방안들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는 주변 강국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을 포함한 주변 강국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한다.
[사설]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상황 차분하게 관리해야
입력 2018-04-30 05:05 수정 2018-05-01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