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력 높이기 위한 선제카드
金, 일각 폐쇄무용론 의식 “크고 건재한 2개 갱도 더 있다”
北, 핵 실험장과 달리 ICBM 시설 공개는 않을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 실험장 폐쇄 현장을 남측과 미국에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강조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이 핵시설 해체 현장을 외부 세계에 공개하는 것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회담 개최 직전인 5월 중에 선제적으로 핵 실험장 폐쇄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북부 핵 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위치한 핵 실험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부터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까지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모두 이곳에서 실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북부 핵 실험장 폐쇄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 의사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핵 실험장 폐쇄 시한과 대외 공개 방침을 추가로 밝힘으로써 비핵화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핵 실험장 폐쇄 현장 공개 발언에 즉각 환영한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남한과 미국 전문가, 언론인 초청 시점 등은 북한 측이 준비되는 대로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윤 수석은 29일 “김 위원장의 핵 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핵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계리 핵 실험장 내부에는 갱도가 총 4개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때 붕괴돼 폐쇄됐다. 이후 북한은 2번 갱도 안에 다시 여러 갱도를 뚫어 총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이곳에서 실시했다. 2번 갱도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6차 핵실험 때 붕괴돼 추가 핵실험이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는 핵실험 여파에 따른 지반 붕괴로 소규모 지진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반면 3번과 4번 갱도에서는 여전히 추가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언급한 ‘기존보다 더 큰 2개 실험시설’은 3번과 4번 갱도로 추정된다.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이 옳았음이 검증된 셈이다.
다만 북한이 ICBM 시설 공개 등 추가 조치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핵 실험장과 달리 ICBM은 북한이 현재 보유하는 무기에 해당한다. 북한은 과거 핵 협상에서도 ‘북한과 미국은 아직까지 교전 상태’라는 명분을 대며 현존 핵무기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된 이후 ICBM 사찰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 시설 해체 장면 공개는 2008년 6월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북한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대한 대응 조치로 미 국무부 당국자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 미국 CNN 방송 등 언론을 초청해 냉각탑 폭파 장면을 중계토록 했다. 우리 언론 중에서는 MBC가 초청장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은 그해 말 6자회담에서 검증의정서 채택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명박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펴자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2013년 4월에는 김 위원장의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에 따라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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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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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4-3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