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애 낳아봤자 감세혜택 ‘애걔’… 獨의 1/7 그쳐

입력 2018-04-29 19:04 수정 2018-04-29 22:26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가 있어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감세혜택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정책이 출산율 증대 차원에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저출산 문제 해소에 초점을 맞춰 설계할 계획이다.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8 근로임금과세(Taxing wages)’ 보고서에 따르면 부양자녀 수에 따른 임금노동자 감세혜택이 회원국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버는 ‘무자녀 외벌이’ 가구의 실질세부담률(Tax Wedge·조세격차)은 22.6%였다. 반면 같은 임금수준인 ‘2자녀 외벌이’ 가구의 실질세부담률은 20.4%였다. 평균 임금이 100만원이라 가정하면 자녀 2명을 키워도 실제 줄어드는 세금 혜택은 2만2000원에 불과한 셈이다.

독일의 경우 자녀가 없는 외벌이 가구의 실질세부담률은 49.7%지만 자녀 2명을 키우는 경우에는 34.5%까지 떨어진다. 두 가구 사이의 격차가 15.2% 포인트에 달한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역시 격차는 각각 10.9% 포인트, 8.2% 포인트, 4.8% 포인트로 한국보다 크다. OECD 평균도 9.8% 포인트 수준이다. 한국보다 부양자녀에 따른 실질세부담률 격차가 적었던 곳은 칠레와 멕시코, 그리스 3개국밖에 없었다. 이는 이미 저출산 사태를 경험한 주요국들이 부양자녀 수가 많을수록 세금 혜택을 주는 출산율 제고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역시 자녀장려세제 등을 통해 유자녀 가구를 위한 세제정책을 펴고 있지만 대부분 정책은 저소득층 위주로 설계돼 있는 편이다. 실제 평균임금의 67% 수준을 벌어들이는 2자녀 외벌이 가구의 실질세부담률은 17.3%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OECD 평균인 15.3%에는 미치지 못한다. 저출산 사태에 조세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 지난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아 수 40만명 선이 붕괴되는 등 최악의 저출산 사태를 겪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저출산 사태 대응을 주요 과제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열린 ‘제1차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 고형권 1차관은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위험요인에 대응해야 한다”며 조세정책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세종=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