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연례행사 이뤄지다이명박·박근혜정부 동안 끊겨
매년 100만t 이상 남아 여력 충분… 유엔 제재·북미 정상회담이 변수
“군사용 전용” 국내 반발도 여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쌀 지원이 재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년 100만t 이상 쌀이 남는 만큼 지원 여력은 충분하다. 장애물은 정부 차원의 쌀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대북 제재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쌀을 지원한 첫 시기는 김영삼정부 때인 1995년이다. 북한 수해 지원용으로 15만t의 국산 쌀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한시 행사로 그치는 듯했던 대북 쌀 지원은 2000년부터 정례 행사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격 방북하면서 남북 화해 무드가 형성된 게 계기였다. 다만 무상으로 제공했던 첫 지원과는 달리 차관으로 지원한다는 전제가 달렸다. 이후 2001년을 제외하면 2007년까지 매년 10만∼50만t 규모의 지원이 이뤄졌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이명박정부 때부터다. 2008년 금강산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하고 2010년 천안함 피폭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 관계가 얼어붙었다. 북한 신의주 지역의 수해 지원을 위해 2010년 보낸 5000t의 쌀을 빼고는 공식 지원이 없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대북 쌀 지원은 재개되지 않았다. 민간차원 인도적 지원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급감했다.
당장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한다고 해도 무리는 없는 상황이다. 29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공공 비축미는 지난달 기준 약 230만t에 달한다. 햅쌀이 나오는 오는 10월까지 소비할 물량을 빼더라도 158만t 정도가 남을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일부가 지원을 결정하면 비축미를 배나 육로로 보내는 절차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쌀을 보내면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를 위반하게 된다.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 ‘키맨’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꼽힌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내 반발도 미리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이 국민의 세금을 털어 보낸 쌀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원 당시에도 사후 모니터링 요원을 보냈지만 100% 자신할 수는 없었다”며 “쌀 지원이 재개된다면 다른 장치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대북 쌀 지원도 물꼬 틀까?… 국제사회 ‘동의’ 필요
입력 2018-04-3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