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은 물론이고 그동안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를 감안한다면 역사적인 회담으로 볼 수 있다. 지구의 하나 밖에 없는 분단국가이자 냉전 잔재가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사실상 정전체제가 끝나고 평화체제로 들어가는 첫발을 뗐다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합의했고,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을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 가을 정상회담을 또 갖기로 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적 국면 열어야
합의 내용 하나하나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구체적 조치가 이뤄진다면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 두 정상도 향후 협력 의지를 밝혔다. 이제부터는 남북 모두 진정성 있는 실천이 관건이다. 그동안 남북 간에 여러 번 정상 및 고위급 합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종잇장이 돼버렸다. 이번에 이 역사적 합의들이 실천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남북 모두 세계사적 의미에서 엄중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차질 없는 실천은 그만큼 중요하다. 지금까지 실천되지 않았던 원인들을 차분하게 분석, 이를 제거하거나 피해가는 방안들을 남북이 함께 찾아봐야 한다.
합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는 빠르게 진척돼야 한다. 남북은 구체화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구체적 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돌발변수나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관련국들의 내부 사정이 비핵화나 남북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남북이 평화와 번영을 위한 첫발을 떼긴 했지만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여러 조치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장밋빛 환상만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더욱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합의가 구체적 조치로 이어지려면 북·미 관계 정상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김 위원장과의 비공개 회담 등에서 나눈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내용적으로 보면 한·미 정상이 나눌 깊은 얘기가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남북 관계 진전 성공 여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 운전자 또는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실력이 발휘돼야 할 대목이다. 미국을 설득할 부분이 있으면 설득해야 한다. 또 북한과 추가 조율할 내용도 있을 것이다. 북·미 간 의견이 좀 다를 테니 중재자의 역할은 너무 중요하다. 남과 북, 미국이 각자 이익을 균등하게 나눠 가지면서 만족할 수 있는 정도의 전략을 잘 짜야 하겠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의 지원도 절실히 필요하다. 동서독 통일도 주변 강대국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주변국들과의 의견 조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잘 되도록 역할 필요
비핵화 등의 조치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면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물론 전제조건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핵 폐기가 충족된다고 판단했을 때다. 비핵화 완결 과정과 경제 지원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면 비로소 북한은 정상 국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합의 결과와 전망 등을 가능한 한 빨리 여야 지도자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 북한은 체제 성격상 지도자의 한 마디로 다 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설득해야 할 이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비판적 조언도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여야 지도자들도 국내 정치와 남북 및 외교안보 문제는 구별해 다룰 줄 아는 통찰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설] 한반도 평화·번영·통일의 첫 발을 떼다
입력 2018-04-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