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오오∼ 대박… 통일되는 거 아니야” 흥분

입력 2018-04-28 05:05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 27일 서울 구로구 학교 통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조민아 기자

100여명 생중계 보며 박수·환호 金 위원장 판문점 넘자 ‘술렁’ 두 정상 악수에 “신기하다”
교사 “라면 북한말로 뭘까요” 학생들 “꼬부랑 국수요” 대답
“평화롭게 나아가는 우리…” 평화정착 주제 4행시 짓기도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1학년 학생 100여명은 27일 오전 일찍부터 교내 서울통일관 세미나실에 모였다. 이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판문점으로 가는 생중계 화면이 상영되고 있었다. 양희주(16)양은 “가슴이 떨린다”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 신기하다”고 말했다.

판문점 북측 통일각의 문이 열리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큼성큼 남쪽으로 내려오자 학생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침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올해 17살인 이들에게 11년 전의 남북 정상회담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옛날이야기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도 경험하지 못했다. 북한은 뉴스 속에서 핵무기 개발이나 군사적 충돌, 대규모 군중 행진 같은 딱딱하고 무서운 이미지로만 접했다.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는 걸 지켜본 학생들 얼굴은 달착륙이라도 목격한 것처럼 상기돼 있었다. “오오∼ 대박” “이러다 통일되는 거 아니야” 하며 놀란 표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선재(16)군은 “남북 정상이 악수하는 걸 보니 신기하고 감격스러웠다”며 “평소에는 막연히 통일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정말로 통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한(17)군도 “통일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한 탁자에 둘러앉아 회담을 시작하자 심유민(33·여) 교사가 학생들 앞으로 나왔다. 심 교사는 북한 퀴즈로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에 라면이 있을까.” “북한에 105층짜리 건물이 있을까.”

학생들은 양팔로 동그라미와 가위표를 그렸다. 남북의 다른 언어도 배웠다. “라면이 북한말로 뭘까요.” 학생들은 “꼬부랑 국수요”라고 답했다.

심 교사가 “북한 학생들은 사회노동활동을 한다. 봄 모내기 전투, 김매기 전투, 가을걷이 전투가 있다”며 북한의 또래가 어떻게 사는지 설명하자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들었다. “북한 학교에선 3교시와 4교시 사이에 쉬는 시간이 20분 있다. 그 20분 동안 학생들은 모두 운동장에 모여 업간체조를 한다”며 동영상을 틀어주자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업간체조는 남쪽의 국민체조와 달리 춤이나 태권도 자세를 본떴다.

평화 정착을 주제로 4행시도 지었다. “평화롭게 나아가는 우리, 화기애애하게 살아가는 우리, 정말 그 모습을 보고 싶네요, 착각이 아니길 두 손 모아 기다립니다.” 한 여학생이 척척 운을 맞추자 학생들 사이에서 “우와” 하는 감탄이 나왔다.

서울과 인천 부산 광주 충북 경남 강원 교육청은 이날 일선 학교에 남북 정상회담을 시청하거나 통일교육에 활용하도록 권했다. 통일교육 연구학교인 서서울생활과학고는 전교생이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 방송을 시청토록 하고 1학년 학생들에겐 통일 계기 수업을 했다.

허경구 조민아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