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국내여행은 주말 및 휴일에 집중된다. 한 주 중에도 ‘주말 나들이’지 ‘주중 나들이’란 말은 어색하게 들린다. 주중엔 일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일 중심’의 생활문화가 철저히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말 편중은 여행지의 혼잡과 여행 피로가 수반되며 여행 만족도를 낮추는 주요 원인이다. 수많은 인파에 치이고 꽉 막힌 도로에서 고생하는 이런 여행은 자기발전이나 힐링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주중에 휴가를 내 여행을 떠나는 일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휴가를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은 ‘직장 내 분위기’라고 한다. 평일에 휴가를 내려면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부터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여행 활성화의 핵심은 바로 주중 여행 등 휴가문화 개선이다. 연휴라든지 휴가철 등 때만 되면 해외로 나가는 인파가 인천공항에 몰려드는 건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있겠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국내 여행지를 피하려는 심리도 작용한다. 여행 인파가 심하게 집중되면 자연 국내여행의 질이 떨어지고, 여행을 중심으로 한 내수시장 기반도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고 내수 진작을 위해 2011년부터 휴가문화 확산 사업을 추진 중이다. 휴가 사용을 권고하고 복리후생비를 지원하는 등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호주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 누적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문제가 이슈화되자 근로자와 기업에 ‘일과 삶의 균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휴가 없이는 인생도 없다(No Leave, No Life)’캠페인을 벌였다. 근로자들이 ‘깜짝’ 국내여행을 선물받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TV 시리즈를 방영하고, 숨겨진 여행지도 소개했다. 두 나라 사례 모두 근로자의 휴가와 국내여행을 연계시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근로자들의 휴가 사용 확산, 그리고 국내여행이 취약한 내수시장을 진작시키는 데 필요한 두 바퀴라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 근로자는 평균 연차휴가 15.1일 중 7.9일만 사용하는데, 잔여 휴가를 다 쓴다면 여가소비 지출액 16조8000억원, 생산유발액은 29조3000억원이 추가 발생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효과가 국내에서 발생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자유롭고 편안하게 주중여행까지 떠날 수 있는 휴가문화를 지향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휴가에 대한 시각과 인식도 변하고 있다. 업무 손실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재창조하고, 인간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휴가권’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확산돼야 할 때다. 즉 휴가는 받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으로 주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5년차를 맞는 ‘2018 봄 여행주간(4.28∼5.13)’이 시작됐다. 매력적인 풍경과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하는 특별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TV 속 여행지가 소개된다. 또한 지역만의 특별한 여행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 대표 프로그램뿐 아니라 봄에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전국에 마련됐다. 이 봄날에 ‘여행이 있어 특별한 보통날’이라는 슬로건처럼 한적한 곳에서 진정한 힐링을 할 수 있도록 주중에 여행을 떠나보길 권해본다.
강옥희 한국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
[기고-강옥희] 주중에도 떠나보자
입력 2018-04-28 05:00